가족과 함께 떠나는 백패킹.
애들이 커 갈수록 이박으로 캠핑을 가기가 쉽지 않아 진다.
그래서 토요일 여유롭게 출발해도 가능한 가족 백패킹을 다시 가기로 한다.
이번에 갈 곳은 호명산 백패킹.
수도권에 살면서 백패킹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안가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그 곳.
산행 거리가 짧으면서 빼곡한 잣나무 숲속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상천루 앞에 차를 세운다.
블로그에서 본 바로는 지은 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출입 불가이고, 화장실도 개방이 안되어 있다.
무거운 박배낭을 매고,
산속으로 뻗어있는 널찍한 임도길을 향해 출발.
임도길 옆으로 난 계곡에는 수량이 많지 않아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상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시 후 보이는 잣나무 숲으로 길을 접어든다.
근데 이 길이 아닌가벼.
잣나무 숲이 금방 끝나고 잡풀이 우거진 낙엽송 숲이 나타난다.
다행히 이 길 끝은 잣나무 숲으로 가는 산길과 연결되어 있다.
큰 길을 쭉 따라 갔으면 고생을 덜하고 갔을텐데 초입에 있는 잣나무 숲에 이끌려 길을 잘못 들었나 보다.
계곡 위로 세워진 조그만 다리를 지나자 본격적인 잣나무 숲이 우리를 반겨준다.
공원 내에서 야영 금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 여러 블로그에 나온 해석은 이렇다.
이 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면 호명 호수를 만나게 되는데 거기가 공원 구역이다.
거기는 야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공원 구역에 해당이 되지 않는 이 잣나무 숲은 야영 금지가 아닌 것이다.
좀 늦게 도착해서 인지 계곡 쪽 괜찮은 자리에는 먼저 온 백패커들이 자리잡고 있다.
위로 올라가면서 좋은 자리를 찾아 보지만 비어있는 괜찮은 자리는 보이지 않고
이러다 백패킹 못하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느낌이 점점 들기 시작한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잣나무 숲이 거의 끝나가도 괜찮은 자리는 보이지 않고,
어르신 한 분이 조용히 쉬고 계시는 옆으로 너른 자리가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여기에서 하룻 밤 지내기로 한다.
박지 옆으로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깨끗한 계곡물에 올라오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연거푸 적시며 머리 속 열기를 빼내고, 휴식 모드로 전환을 한다.
잣숲에서 느끼는 이 심적인 평온함. 좋다.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을 오감으로 느끼고
조금씩 어둑해가는 숲 속 모습에 적응해간다.
저녁까지 맛있게 먹고난 후,
후식을 즐기며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시간에 안전 사고가 발생을 했다.
계속되는 통증에 큰 딸은 울음을 터뜨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짙은 어둠을 뚫고 산 속을 내려와
30분 거리에 있는 응급실을 다녀오니 벌써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눈을 떠니 벌써 오전 9시.
어제 밤에 늦게 잠들어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다.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아침 일찍 후다닥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이 좋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에 잣나무 숲은 어제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짐을 정리하고 이제 이 숲을 떠나야 할 시간.
잣숲과 친해지기도 전에 떠나려니 조금 섭섭하다.
또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자고 기약을 하고 자리를 뜬다.
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던 들꽃들이 등산로 옆으로 활짝 피어있다.
개망초.
누가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와 닿지 않는 이름.
계란꽃이 더 잘 어울린다.
아지자기한 다리를 다시 지나 숲속을 벗어나니
6월 말 강렬한 햇살에 더위가 몰려온다.
저 멀리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상천루.
거기로 가는 길 옆엔
밤꽃이 만개하여 이상야릇한 향기를 풍기고,
반대편으로는 개망초가 절정을 향해 피어있었다.
길지 않지만 그림같은 이 인적드문 길을
6월 어느 일요일 오전, 우리 가족은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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