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풍기에 볼 있이 있어 간 김에 1박하고 왔던 소백산 삼가 야영장.
한 겨울 홀로 소백산 산행을 할 때 두 번 지나치기만 했던 곳.
그 땐 추운 겨울이라 텅 빈 야영장에 찬 바람이 세차게 불던 횡한 기억만 남아있다.
작년에 새단장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찾게 되었다.
닷돈재나 남천야영장처럼 풀옵션 캠핑장이 새로 생겼고, 일반 야영장은 치악산 금대야영장과 컨셉이 동일하다.
야영장으로 차가 들어갈 수 없어 카트로 짐을 옮기고 사이트 사이를 측백나무를 심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게끔 해놨다.
또다른 변화는 기존에 들어갈 수 없었던 계곡을 개방했다는 점이다.
애들은 짐을 다 나르기도 전에 계곡으로 들어가 올해 첫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계곡이 크지 않아 사람이 몰리면 물놀이할 때 좀 불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대신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맑고 깨끗한 물이 쉴새없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있으니 후텁지근한 한 여름 무더위도 딴 세상 얘기다.
우리 가족이 오늘 하룻밤 머물 사이트는 A10번 사이트.
계곡 쪽으로 위치해 있는 사이트 중 맨 왼쪽 풀옵션과 연결되는 곳이고, 물놀이장으로 내려가는 곳 바로 옆이다.
A1~A10 사이트는 계곡 쪽으로 데크를 설치해놔서
거기 테이블에 앉아 계곡 물 소리를 들으며 분위기있게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캠퍼에겐 비추다.
애들이 물놀이하는 것을 바로 지켜볼 수 있어 좋지만 아무래도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이 많아 번잡하다.
게다가 바로 옆이 풀옵션 캠핑장이라 일반 캠핑장보다 더 쾌적해서 그런지 늦게까지 노는 사람이 많은 듯 하다.
기존에도 있었던 야영장을 가로지르는 수로는 개장 후에도 변함이 없다.
깨끗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 족욕을 하거나 애들이 가볍게 물놀이하기 제격이다.
시설도 깨끗하고 소백산 아름다운 산세에 둘러싸인 주변 경치도 마음에 든다.
주변 구경을 잠시 하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비로사까지 산책을 다녀오기 위해 오르막길을 걷는다.
한 겨울 아침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홀로 걸어올라 갔던 길을 한 여름 해질 녘 가족과 함께 걸어가니 감회가 새롭다.
길 옆으로 데크로드를 설치해 놔서 차를 피해야 하는 걱정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왼쪽으로는 시원한 계곡물이 끊이없이 흘러 내리며 아름다운 소리를 해질녁 조용해진 산길에 가득 채운다.
비로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날은 점점 어둑어둑해져 가는데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한참을 올라왔는데도 비로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애들은 힘들어 그냥 돌아가자고 투덜대는 대도 억지로 끌고 올라가니 드디어 비로사 일주문이 보인다.
어스름이 몰려오는 저녁 무렵 우리가 도착한 비로사는 고요했다.
조용한 절에는 오래된 화강암 유물들이 조용히 우리를 반겨주었고,
깊은 산새 속에 자리잡은 건물들이 온화해진 저녁 빛에 꽤 포근하게 다가왔다.
전쟁의 상처인지 오래된 듯한 탑과 비들이 부서지거나 금이 가 있었고,
한 켠에는 다시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화강암 조각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온전하게 남아 절을 지키고 있었다면 보물로 지정될 만한 작품들이 제법 보이는데 안타까움이 한 동안 머리 속을 맴돈다.
스님이 기거하지 않는 듯 인적이 끊긴 절.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하기엔 너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변 울창한 숲 속 한 부분인 듯 산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비로사가 보여준 평온함을 한 동안 느긋하게 즐기고 우리 가족은 어두운 길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갈 때보다는 덜 수고스럽고, 시간이 덜 걸렸지만
어둠 속을 뚫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느라 나름 예민해져 있었고, 마침내 보이는 야영장 불빛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긴 산책을 다녀온 탓에 피곤해진 우리 가족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풀옵션 캠핑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잠들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든 우리 가족은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다.
짐을 정리하는 동안 애들은 짧게 물놀이를 즐기고 마무리된 캠핑.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소백산 산자락 아래에서 2박을 하며 여유롭게 캠핑을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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