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 여행을 떠난다.
시설 좋고 편안한 호텔 팩을 마다하고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은 대표적인 그런 곳이다.
절들이 산으로 간 까닭을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산에 있어 더 종교스러운 장소가 되었고, 더 아름다운 장소가 되었다.
1. 장곡사
일주문부터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나무숲은
절로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푸른 빛으로 조금씩 조금씩 정화시켜 주는 듯 하다.
오르막길 끝으로 장곡사가 갑자기 나타난다.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라는 듯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뜨거웠던 여름을 끝내 밀어내고 장곡사엔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월 말 늦가을 정취는 아직이고, 단풍은 절정을 향해 붉고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장곡사엔 대웅전이 두 개다.
그리고 국보와 보물들이 그 두 곳에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기도 하다.
토요일 오전, 북적대는 유명 사찰과는 다르게 조용한 절마당.
그런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듯 가을은 조용히 절집 나무들 위로 내려 앉는다.
산을 깍아 만든 건물이건만 어쩜 이리도 산 속 풍경에 포옥 들어앉았는지.
"자연스러움" 이란 표현은 딱 이걸두고 하는 말이다.
눈으로 몇 계단씩 듬성듬성 올려다 보는 것으로 칠갑산 등산을 한 것으로 치고,
떠나는 아쉬움을 발걸음에 심어 되도록 천천히 고즈넉한 절집을 내려와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2. 천장호 출렁다리
갈수기 낮은 천장호 수위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출렁대는 스릴감으로 그 아쉬움을 달랜다.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치도 못했던 뜻밖의 장소와 사건을 만나기 마련.
출렁대는 다리만 생각하고 왔던 곳인데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지친 애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택한 오르막길엔 또다른 뜻밖의 장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그 내리막길 중간 즈음에 위치한 소원바위.
기도를 하면 아이를 생기게 해준다는 영험한 소원 바위에 우리가족도 각자의 소원을 적어 본다.
바위 앞에 걸려 있는 수많은 소원들 사이를 비집고 소원이 적힌 종이를 단단히 매어둔다.
그리고 바위에 손을 얹고 간절히 빌어본다.
각자의 소원을.
각자의 소원이지만 서로를 향하는 그 소원을.
소원바위를 만나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출렁다리로 되돌아 온다.
3. 칠갑산 자연휴양림
하룻밤 신세를 질 칠갑산 자연휴양림.
캠핑장 근처 줄지어 서있는 메타세콰이야 나무들이 우린 반긴다.
구부리지 않고 하늘보고 쭉쭉 뻗은 그 모습이 인상적인 나무인데, 한 쪽으로만 심어 놓아 반쪽짜리 느낌이 든다.
단풍잎을 더욱 붉게 물들게 만드는 쌀쌀한 가을 밤공기가
밤새도록 산속 구석구석을 에워싸는 동안 우린 숲속의 집에서 따뜻한 밤을 보냈다.
휴양림에서의 여느 아침처럼 맘 속엔 평온함과 여유로 가득하지만 시간은 정반대로 후딱 흘러가 버린다.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숲속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토끼' (1.8km) 산책로를 선택했는데, 산책로라기 보단 등산로에 가깝다.
인적없는 산길은 초행길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길고 험하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단풍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길었던 (?) 산책을 마무리하고...
조용한 숲속에서 가족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맘껏 보고, 들이마셨다.
느릿 느릿
우리끼리만
푸름 가득한 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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