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던 금요일 오후
사촌 동생과 함께 배낭을 매고 원적산 영원사에 찾아들었다.
영원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기 보이는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갔으나
원적산 정상 쪽 반대로 돌아가는 임도길이었다.
돌아가지만 길은 결국 연결되어 있기마련.
시간과 수고를 더 들이면 될 뿐.
나무잎에 내려앉은 빗물에 머리를 적시고
땀인지 빗물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제법 허덕이고 난 후
원적산 트레이드 마크인 확 트인 능선길에 올라섰다.
능선에 올라서자 선명하게 트인 시야에 가슴이 뻥 뚤리는 느낌이다.
비가 그친 후 산능성이에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구름들이 제법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능선길이지만
지리산 능선을 연상시키는 장쾌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천덕봉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저 안개구름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능선길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원적봉에서 천덕봉 사이 두 군데 넓은 공터에는 각각 1팀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고
우리는 더 높은 천덕봉을 향해 남을 힘을 마저 쏟아낸다.
천덕봉 정상에 도착하자 서쪽에서는 일몰이 시작되고
고생한 우리들에게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을 선물해 준다.
해가 지자 주변은 금방 어두워지고
잠시 후 이천 시내의 야경이 또 다른 눈요깃거리가 되어 준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
제일 높은 봉우리인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밤새 사정없이 불어대는 똥바람에 깨기를 여러 번 반복하니
어느 덧 동쪽으로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해는 금세 낮은 곳을 밝게 비추고
짐을 정리 후 어제 올라왔던 그 능선길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내려선다.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우리 차를 공짜로 세우게 해준 영원사.
티 없이 맑은 파란 하늘 아래 햇빛 잘드는 산허리에 자리잡아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아침 한 나절 풍기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능선길과 시원한 전망을 선사해 주는 산이 그리 흔지 않다.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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