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도 기세가 꺽이기 시작하는 3월.
하지만 쌀쌀한 날씨와 앙상한 나무가지를 보면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다.
벌써 봄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지 오래된 지라 더는 기다릴 수 없어 3월 캠핑을 감행한다.
쌀쌀한 3월 날씨를 감안하여 결정한 곳은 대야산자연휴양림 캐빈.
정식 캠핑이라고 부르기 어렵지만 겨우내 녹슬어있던 캠핑 습관을 워밍업 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아직 관광철이 아니라서 고속도로에는 막힘이 없다.
한 달 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이번엔 시원하게 달려 가은읍에 도착했다.
오늘이 마침 가은읍 장날이다.
아자개 장터라는 이름으로 기존 재래 시장에 변화를 준 듯하다.
성수기 땐 제법 붐빌 듯 하지만 오늘은 제법 한산한 편이다.
간단히 요기와 쇼핑을 마치고 다시 휴양림으로 향한다.
참! 휴양림 도착하기 전에 들를 곳이 있다.
몇 년 전 어느 봄날 대야산 산행을 마치고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멋진 계곡의 모습에 한참을 서성였던 그 곳.
여름 성수기엔 사람으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겨울을 갓 넘긴 지금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동물만 다니는 산길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 너른 암반 위에 서서
암반 사이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바라보니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오랜 친구를 재회한 듯,
내 몸 속에 오롯이 살아있는 옛 조상들의 원시적인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듯,
나도 모르게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은 흐뭇해진다.
이곳은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동 계곡.
크기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거대한 암반 위로 굽이쳐 흐르는 옥빛 맑은 물이 압권인 곳이다.
누구라도 직접 이곳 풍경을 본다면 선유동이라는 그 이름이 딱이라고 생각할 듯하다.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를 보고 애들은 신기한 듯 한참 동안 투명한 묽 속을 들여다 본다.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계곡길을 걸으며 즐거워했다.
3년 만에 다시 온 대야산 자연휴양림, 그리고 그 사이 새로 생긴 캐빈.
둥그렇고 앙증맞은 모양의 캐빈이 길 왼편으로 3개 동이, 화장실, 개수대가 있는 오른 편으로 7개 동이 위치해 있다.
실내엔 원목으로 둘러 쌓여 있고 텅 비어 있다.
다행히 온수 난방이 가능하여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선 산책길에 만난 용추 계곡.
여름철에 시원한 미끄럼틀이 되어 주던 곳인데 수량이 적어서인지 미끄럼을 탔던 곳이 맞나 잠시 의심도 해본다.
선유동 계곡에 뒤지지 않을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용추계곡.
하기사 이름만 다르고 같은 물이 흐르니 윗쪽 계곡이냐 밑쪽 계곡이냐 차이 뿐이지.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걸어가면 잠시 후 만나는 용추 계곡의 명물.
용추 폭포.
우리 나라의 같은 이름을 가진 폭포가 많지만 특이한 모양으로 치면 여기 문경의 용추 폭포가 제일이다.
여름 만큼의 수량은 아니지만 여전히 짙푸른 물색을 자랑한다.
산 길을 걷는 초반엔 아름다운 계곡에 반해 힘든지 모르지만 그 계곡도 계속 걸으면 지치기 마련.
작고 얇은 다리로 걷는 애들은 더 그렇겠지.
월영대까지 가려면 제법 더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계곡이 넓어지고 앉을 만한 자리가 나타나자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반석 위에 앉아
졸졸졸 샤~ 계속해서 귀 속의 묵은 먼지를 훑어내는 계속 물 소리를 들으며 먹는 컵라면의 맛.
캠핑에서 즐길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컵라면을 다 먹고 다시 한참을 걸었나 보다.
애들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여러 번 나오고 난 후에야 월영대가 나타났다.
난 경치에 취해 좋구나 라는 생각 뿐인데,
딸래미들은 줄기차게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려갈 땐 경사가 급하지 않은 계곡 건너편 길을 택했다.
휴양림에 거의 다 와선 힘들어서 도저히 못가겠다면 길바닥에 누워버린 큰 딸.
더 건강해 지라고, 좋은 추억거리가 되라고 간 산행인데 아빠 생각만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생했어~ 해랑아.
바닥이 따뜻한 캐빈 안에서 책도 일고 그림도 그리며 나머지 오후를 보낸다.
다음 날 아침
문을 여니 상쾌한 공기가 나를 반기고,
나무옷을 엉성하게 차려입은 바위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1박만 하는 아쉬움이 크기만 하다.
캐빈이든 숲속의 집이든 올 여름에는 이 곳 대야산 자연휴양림에 와서
멋진 경치도 감상하면서 물놀이를 맘껏 즐겼으면~ 하고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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