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에 처제 가족들과 함께 박달재 휴양림 숲속의 집에서 1박을 했었는데
그 때 야영장 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데크를 찜해 뒀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에는 야영장이 2군데가 있는데,
1야영장은 관리사무소 근처에 위치해 있어 휴양림을 들어오고 나갈 땐 편리하지만,
38번 국도가 바로 옆을 지나고 있어 차량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야영장은 1야영장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제법 먼 거리를 들어가면 보인다.
당연히 우리는 조용한 2야영장을 선택했고, 그 중 제일 윗쪽에 위치한 22번 데크다.
차를 세우고 오르막길을 따라 짐을 옮겨야 하지만
제일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트이다.
금요일 밤 도착해서 잠을 잘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이라 2야영장 윗쪽 라인에는 18번 데크에만 자리가 차고 나머지는 텅 비어있다.
애들은 빈데크 사이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고요한 윗쪽 라인을 생기있게 만든다.
간밤에 계곡물 소리가 들리는 듯 했는데
건너편 데크 옆 조그만 계곡에서는 물이 쪼르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뜨거웠던 8월은 어느 덧 지나가고
물놀이 위주의 캠핑은 더 이상 할 수가 없고
여름이 되기 전에 했던 것처럼 산행을 테마로 캠핑을 시작할 시기다.
아침을 먹고
가까이에 있는 백운면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난 후,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오늘은 해발 750미터에 위치해 있는 전망대까지 가기로 한다.
윗쪽라인 옆으로 나있는 임도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다운 적송이 우리를 반겨준다.
임도길 주변으로 개망초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간혹 다른 야생화들도 눈에 띈다.
왕고들빼기 꽃이 매혹적으로 다가오고
이건 금계국(?)
선선해진 날씨에 잠자리는 힘이 없는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임도길에서 전망대 방향 산길로 접어든 후부터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경사를 오르느라 등에는 땀이 흥건하지만
주변에 여기 저기 뻗어있는 멋진 소나무 숲을 구경하면서 올라가니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상쾌함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줄기 3개가 나란히 쭉쭉 뻗어 자라는 희귀한 소나무도 눈에 들어온다.
슬픈 역사의 상처를 안고 서로를 의지하듯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
제법 경사가 급한 길인데도
애들도 제법 잘 따라온다.
짜증내지 않기로 약속한 큰 딸도 그 약속을 잘 지켰다.
얼마쯤 걸었을까?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 알 길이 없다.
하늘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전망대가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다.
감악산 방면 조망
구학산, 백운산 방면 조망
전망대에서 오랜 만에 컵라면에 물을 붇고 맛있게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비가 올까 두려워 서둘러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로 한다.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게다가 산행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
우리 가족 전용 숲길이라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산행을 마치고 우리 사이트에 도착하니 3시 경. 한 2시간 산행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사이트에 도착하자 마자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후두둑으로 시작한 빗줄기는
점점 더 강해지더니 한 여름 소나기처럼 내리기 시작하고
밤 8시를 넘겨서야 비가 그쳤다.
산행으로 피곤했는지 모두 9시 반 경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9시에 일어났다.
그 날 오후에 윗쪽 라인으로 몇 팀이 들어오긴 했지만
워낙 조용한 곳인데다 조용한 이웃을 만나 덕에
우리는 무려 12시간 가량을 잠을 잘 수 있었다.
일요일 오전은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여긴 퇴장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 여유롭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정리를 하는 동안 해들은 해먹에서 놀기도 하고
도토리도 주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짐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면서
나도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해 본다.
비가 온 후
가을 문턱으로 더 다가선 느낌이다.
이 푸르른 나무잎들도 점점 물들어 가겠지.
앞 쪽 큰 참나무는
계속해서 굵직한 도토리를 떨어뜨리며
고요함을 깨뜨려 주기도 하고
어제보다 살짝 불어난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따스한 햇살아래 만끽해보는
여유로움 그리고 고요함.
아~ 정말 행복한 순간이다.
......
이제 해먹놀이도 접고
떠나야 할 시간.
우리가 떠나는 걸 아는지 잘 보이지도 않던 다람쥐가
이제 자기 영역을 되찾았다는 듯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박달재 자연휴양림 2야영장.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쉬고 싶을 때, 가족과 오붓하게 산행을 하고 싶을 때
다시 찾아오고 싶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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