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병지방 오토캠핑장을 예약했으나
그 쪽은 장마로 인해 주말내내 비가 예상되어
금요일 밤 일기 예보 상으로 비가 오지 않는 곳으로 무장적 떠난다.
청양 까치내 유원지에서 무료 1박을 하려고 갔으나,
지천에서 올라오는 이상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근처 알고 있는 캠핑장소가 만수산 자연휴얄림 뿐이라 거기로 도착한 시간이 거의 12시.
12시에 들어가서 텐트를 친다면 민폐가 아닐 수 없을 것이고,
하는 수 없이 휴양림 앞 넓은 주차장에 텐트를 펼친다.
넓긴 하지만 야영하는 곳이 아니라
편치 않은 마음에 밤사이 여러번 깼다.
여기서 아침까지 대충 먹고
애들 물놀이 시켜줄 요량으로 휴양림으로 향한다.
야영장 앞에 위치한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시작한다.
계곡물로 채운 물놀이장은 수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갑다는 단점도 있다.
애들은 물놀이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그런지
차가운 물에서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데크가 있는지 관리실에 전화를 해보니 운좋게도 빈자리가 하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 9번 데크에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야영장에 그늘이 풍부하고 비예보도 없어 가벼운 실타프로 들살이를 꾸린다.
다 정리하고 보니 야영장 주변으로 쭉쭉 뻗은 수많은 소나무들이 이제서야 눈앞에 들어온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물놀이장으로 고고싱~
계곡물의 차가움은 금세 잊어버리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지치지도 않나 보다.
18번, 19번 데크 윗 쪽으로 또다른 물놀이장이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고 거기로 또 원정을 가본다.
아래 쪽 물놀이장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다행스럽게도 물이 덜 차갑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물놀이를 즐겼다.
2박 준비를 못하고 와서
저녁은 음식점을 찾아 가기로 한다.
만수산 자연휴양림에 있는 소나무 숲은 정말 일품이다.
그 숲 사이에 만들어 놓은 맨발 체험을 하면서 내려간다.
무량사 앞 삼호식당에서
정갈하고 맛깔나고 푸짐한 저녁 식사를 먹는 사이
조용하게 들려오는 중후한 저녁 종소리.
그 소리에 홀린 듯 식사를 마친 우리의 발걸음은
벌써 무량사로 향하고 있었다.
인적이 뜸해진 여름 저녁,
무량사로 가는 길은 평온함으로 가득하다.
우리를 위해 마련된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다.
천왕문 돌계단을 올라서면
2층처럼 보이는 커다란 극란전이 우리를 마중나온 듯 반겨준다.
나에게 무량사를 찾게 만드는 2가지.
생육신 중 한 명인 매월당 김시습의 흔적이 찾을 수 있고,
석등, 5층 석탑 뒤로 당당하게 서 있는 건물, 극락전.
약수로 목을 살짝 축이고
절 한바퀴를 느린 걸음으로 돌아본다.
촬영 금지라고 되어 있어 김시습 영정을 눈으로만 감상하고
다시 극락전 마당 앞으로 돌아왔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대로
저기 나무 밑 돌의자에 앉아
2층으로 보이지만 2층이 아닌 극락전을
다시 한 번 느긋하게 올려다 보고 무량사를 내려왔다.
산 속 조용한 사찰을 찾아오면
오래된 성당을 방문한 것처럼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이 고요해진다.
오늘도 이곳 무량사에서
내 마음을 한 껏 가라앉힐 수 있었다.
더위를 피해, 비를 피해
무작정 내려와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고즈넉한 절 구경도 하고...
알찬 들살이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에도 이곳에서 우리 가족의 여름 추억을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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