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늦게 도착한 닷돈재 야영장.
충청도 내륙에 위치한 닷돈재 야영장 숲속은 5월 말인데도 쌀쌀하다.
같이 덮고 자던 침낭을 서로 당기느라 밤 사이 몇 번이나 추위를 느끼며, 그렇게 밤을 보내고...
숲 속 깊숙히 들어 앉은 F사이트.
소나무와 활엽수가 잘 어울이진 멋진 숲.
내 기준으로는 여기가 젤 명당이다.
그 숲을 이루는 수많은 나무잎 사이 사이를 헤치고 선명한 아침 햇살이 들어오면서
추위는 조금씩 물러가고 푸르름으로 가득한 5월의 실록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이 해먹으로 캠핑 활동을 시작하는 애들.
그런데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해먹 금지인 것을 깜빡했다.
오후 늦게 관리하시는 분이 말씀해 주신 이후 바로 내렸다.
애들은 불만이지만, 그래도 벌써 제법 탔잖니.
닷돈재의 젤 유명인사는 반론의 여지없이 계곡이다.
풀옵션 캠핑장과 자동차야영장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깨끗한 송계계곡 상류.
이 계곡 덕분에 여름 철이면 더위에 지친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기 절정의 야영장이다.
근데 애들은 5월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겠다고 난리다.
늙어가는 우리와 반대로 청춘으로 향해가는 애들에겐 몸에 열기가 더 많은 걸까?
계곡에 발을 담구었다. 찌릿찌릿~
조카의 얼굴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완전 얼음물이다.
애들은 물놀이를 허락해 달라고 졸라대지만,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다.
그리하여 탁족으로 불만을 식히는 애들.
애들의 탁족 놀이는 야영장 최상단 A 사이트 옆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의 물은 아래 쪽보다 더 맑고 깨끗하다.
2년 전 야영장 공사 땐 흙탕물로 엉망이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자연스러움을 찾은 듯 하다.
* 2년 전 동일 장소의 사진. 공사 직후라 흙탕물 가득이다.
옷을 젖지 않게 하라고 했건만,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바지는 벌써 젖었다.
그래도 물에 완전히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 간절했을텐데..
상의까지 완전히 젖지 않을 것을 대견하다고 해야할지도.
계곡 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야영장 주변 풍광을 둘러본다.
월악산 바위 봉우리인 만수봉, 박쥐봉, 북바위봉 사이에 쏙 들어앉은 탓에 산세 또한 일품이다.
올 때마다 아름다운 산세를 보고 근처 만수봉이나 북바위봉에 산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가족과 함께 온 터라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릎까지 성치않아
다음에는 반드시 산행을 해야지 라는 실행에 옮길지 여전히 모르는 다짐을 또 한다.
오후 늦게 처제 부부가 오기로 되어 있어 조그만 텐트를 미리 설치해 놓는다.
그 텐트에서 하룻 밤을 잘 이들이 오기를 기다릴 땐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가더니만
그날 밤 담화를 나누며 웃고 즐기던 시간도 어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늘 푸르른 소나무만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
계속되는 성화에 나도 에라 모르겠다 허락을 하고
애들은 야호~ 환호성을 지르며 수영복을 입고 계곡으로 간 사이...
(결국 애들은 물이 차가워 물놀이다운 물놀이를 하지 못했다.)
어른들(덩치로는 확실히 어른인 조카 포함)은 짐을 다 정리하고
출발하기 전에 테이블에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운다.
맑은 공기에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일요일 오전 숲 속 사이트.
일년에 이런 날씨가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은 정도로 환상적인 봄날씨다.
참, 그리고 국립공원 50주년 이벤트가 마침 있어
초등학생이 둘이나 있는 우리는 2박 동안 이곳에서 무료로 캠핑을 하는 혜택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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