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캠핑

우리가족 아홉 번째 캠핑 - 방태산 자연휴양림 (2014/05/03~05)

해랑&난 아빠 2014. 5. 6. 15:00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친 4일 연휴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긴 연휴가 아니면 갈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자 라고 결심을 했다. 먼 곳하면 먼저 떠오른 곳이 강원도 산골짜기고, 여기 저기 검색을 하다 제일 마음에 든 곳이 바로 방태산 자연휴양림이었다. 백두대간을 살짝 비껴나 있는 강원도 인제 깊은 숲 속에서 힐링을 하고픈 마음을 가득 담에 예약 당일 클릭신공을 발휘하여 217번 데크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났지만 항상 출발하는 시각은 한참 후다. 7시 30분 경 출발하여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미처 빠져나가기 전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4일 연휴이니 당연한 거다. 새벽에 일어나 출발할 걸 하고 생각하지만 매번 실천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김기사에 의지하여 국도를 타고 가다 양평에서 춘천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뚫리지 않고 가다 서다 반복하다 11시를 넘어서야 인제 기린면 현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2박 3일 동안 일용할 양식을 장만하고 방동리 쪽으로 접어들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우회전하자 말자 왼쪽으로 방동약수터 가는 길이 나 있다. 여기까지 와서 유명하다는 방동약수 물맛을 느껴보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지 않는가.

 

약수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만 올라가면 기와지붕 아래 방동약수터가 보인다. 올라가는 길 옆으로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약수암에서는 불경 소리가 들리고...분위기가 상쾌하니 좋다. 한국의 명수라니 잔뜩 기대를 가지고  한 바가지 떠서 물을 마시니...

우웩. 이 무슨 맛이지? 위장에 좋다고 하여 마시긴 했는데 철비린맛이 강해서 다시 먹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일단 한 통 담아들고 차로 돌아왔다. 사진을 찍었는데 지워져버려 안내판 사진만 올린다.

 

한 참 산길을 올라가 도착한 매표소. 매표소를 지나서 또 한참을 올라가 2야영장에 도착했다. 국립휴양림 사이트에 나온 배치도는 아래와 같다.

 

 

201번~205번은 2야영장 접어들기 전 길가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206번부터 본격적으로 2야영장 구역이라고 볼 수 있다. 계곡쪽 206번~219번은 낮은 지역이고, 그 위로 그 뒷번호 데크들이 위치해 있고 그 끝으로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다.

 

↓ 217번 사이트에서 바라본 2야영장 입구. 바로 앞 빈데크가 215번이다. 계곡쪽 사이트들은 차를 가까이 댈 수 있지만 그 만큼 어수선해 보이기도 한다.

 ↓ 219번 이후 데크들이 위 쪽으로 위치해 있다. 위로 쭉 올라가면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다.

↓ 우리가 머물 217번 데크 밑으로 공간이 나 있어 테이블 세팅을 할 수가 있다.

 

217번 옆으로 계곡가는 길이라 애들이 계속 들락날락하고, 밥먹고 있는 우리 옆으로 막 지나가고 해서 신경이 좀 쓰였다. 타프를 가지고 와서 쳤으면 그나마 침입자들(?)로부터 우리 영역을 지키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프를 가지고 올까 하다가 치기 귀찮아서 가지고 오지 않았다.

 

 ↓ 텐트 설치를 마친 우리 집 모습. 사흘 낮 동안 바람이 많이 불어 스트링을 단단히 매달아 두었다.

 ↓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모습. 밤새 자장가를 들려주었던 맑디 맑은 계곡물은 정말 차가워 10초 이상 발을 담글 수가 없을 정도다. 

↓ 올려다보면 숲 속 깊이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려다 보면 주차되어 있는 차 때문에 그런 느낌이 금새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난 오토캠핑 체질이 아닌가 보다.

↓ 파란 하늘 배경으로 바람이 흔들리는 녹색 단풍잎이 평온을 가져다준다.

 

217번의 아쉬움 하나 더. 애들이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해먹. 그것을 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비어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219번, 그리고 이틀 째 오후부터 비어있던 240번 데크에서 애들은 메뚜기 해먹 놀이를 할 수 있었다.

 

 ↓ 비어있는 219번에서 해먹 놀이. 219번은 계곡쪽으로 별도 공간이 없고, 219번 이후 데크 사용자들이 주변에 차를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번잡한 편이다.

 

 ↓ 비어있는 240번 데크에서 해먹놀이

↓ 유치원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비눗방울. 딸래미들이 즐거워한다.

 

캠핑을 하면 매번 빠지지 않는 행사. 산책하기에 나설 시간이다. 애들은 잠시 투정을 부리지만, 두 딸들도 이젠 잘 안다. 투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1야영장 쪽으로 산책을 나선다.

 

 ↓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고, 계곡도 정말 맑고 깨끗하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면 만나는 이단 폭포.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명물이 아닐 수 없다. 시원한 물줄기에 그 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가슴이 뻥 뚤리는 느낌이다.

 

 

5월 초 강원도 산골짜기의 밤은 쌀쌀하다 못해 춥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잘 준비를 마친 후 후다닥 텐트로 들어가 9시 경 우리 가족 모두 잠에 빠져 들었다. 밤새 계곡물 소리만이 깊은 산 속의 정적을 조용하게 흔들었고, 핫팩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밤이었다.

 

새벽에 무언가가 내 몸의 정적을 깨웠다. 저녁에 막걸리를 먹었는데 이 때문에 소변이 마려워 참다 참다 안되겠다 싶어 일어난 시각이 5시 반. 화장실을 다녀와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6시 경 방태산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5월이라 날은 벌써 밝았고 계곡 옆으로 난 길을 걸어가니 암반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보이고 난 연거푸 감탄사를 뱉어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어 한여름에 물놀이하기 제격이다. 단, 물은 한여름에도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 2주차장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에 접어든다. 원래 구룡덕봉을 가고자 하였으나, 산불조심기간이라 출입금지란다. 근데 산불조심 기간인데 구령덕봉은 출입금지이고, 주억봉은 등산 가능?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가지 말라고 하는데 기어코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 쪽으로 향한다.

 

 ↓  구룡덕봉 진입로에는 플래카드가 설치되어 있다.

 

초입에는 오솔길이 이어지고, 납엽송과 활엽수가 어울어져 멋진 숲을 이루었다. 곳곳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한 45분 정도 오솔길은 걸어오니 바로 앞에 나무계단이 보인다. 본격적인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 고개숙여 나에게 인사하는 이름모를 야생화가 여기저기 피어있다. 야생화 공부도 좀 해야겠다.

 

한 시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삼거리에 도착했다.

↓ 나무 사이로 주억봉이 보인다.

↓ 오르는 길에도 여기 저기 야생화가 피어있다. 

 

삼거리에서 10분을 올라가서 드디어 도착한 주억봉 (7시 50분). 정상에서 조망되는 경치가 일품이다.

 ↓ 꿈틀대는 능선 너머로 구령덕봉이 보인다. 예전엔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전망대만 있다고 한다.

 ↓  맨 왼쪽이 주걱봉과 가리봉, 중간이 귀때기청봉, 그리고 맨 오른쪽에 대청봉. 설악산 주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개인산으로 추정되고, 그 너머로 오대산 쪽 산들이 보인다. 겹겹히 놓인 산들이 멋진 조망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적가리골 골짜기 모습. 운석이 떨어진 곳으로 추정된다는 이곳은 정말 먼 옛날 운석이 떨어진 것 처럼 중간이 움푹 패어있다.  

 

멋진 경치에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몰랐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30분 정도 정상에서 행복함을 만끽하고 하산을 했다. 푸른색으로 가득찬 방태산의 5월은 정말 싱그럽다. 

 

하산을 마치고 우리 데크로 온 시각은 9시 반. 주억봉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3시간 반이 걸렸다. 아침을 먹고 등산시 보았던 멋진 경치를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가족을 데리고 초입까지 산책을 했다. 언제쯤 애들과 함께 산정상까지 같이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산정상에서 보았던 멋진 경치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방태산에서 내려온 3일 째 날. 1박 2일에 나왔다는 방동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담백하고 정갈한 맛에 난 만족했지만, 막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안지기와 애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몇 십키로가 정체라 국도를 타고 왔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름에 다시 와서 멋진 계곡에서 물놀이하자고 서로 얘기했지만, 워낙 먼 거리가 쉽게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족과 함께 다시 가서 깊은 숲속의 상쾌함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