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캠핑이 끝나고 숲속에서 조용히 캠핑을 하고 싶어 올 4월에 갔던 청태산을 다시 갔다.
금요일 저녁 바삐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청태산 자연 휴양림.
야영장에 도착하여 차문을 여니 찬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다. 9월 말 강원도 산속 기운은 차가우면서도 상쾌하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는 129번. 오른쪽 윗쪽 조용한 자리다.
그 많은 짐을 겨우 다 올리고 나니 다리가 후덜거린다. 무거운 짐을 지고 등산을 한 기분이다.
텐트를 후딱 치고 짐을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잣나무 가득한 숲속을 둘러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내일까지 이렇게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이번 캠핑의 목적이다.
예약하려다 실패했던 126번 사이트는 이틀내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있었다.
아침을 먹고 해먹에 누워보고, 잣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올려다 본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으려니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애들을 데리고 산행을 가기로 한다. 겨우 꼬셔서.
맘 같아선 청태산 정상까지 가고 싶지만 애들이 아직 어려서 헬기장까지만 가기로 한다.
인적이 드문 숲속 임도길을 가족과 함께 걷는 것은 행복 그 자체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몸에 땀이나고 힘들어지지만 애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능선에 올라오니 호젓한 산길이 이어지고, 여기저기 피어있는 야생화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마지막 꽃 이름이 투구꽃이란 걸 알아냈다. 하나씩 이름을 배워가야겠다.
꽃보는 재미에 걷다보니 벌써 헬기장 정상이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횡성 쪽 전망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확 트여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다시 하산길에 접어 들고, 청태산 휴양림의 명물 데크로드에 들어선다.
줄타기 놀이가 재미있나보다. 여기서 꽤 오랜 시간을 이거에 집중한 두 딸들.
처음엔 서툴더니 몇 번을 하더니 금방 줄타는 실력이 올라간다.
역시 애들은 뭐든지 학습이 빨라~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 듯이.
잣나무와 참나무가 많아서인지 이곳은 다람쥐들의 천국이다.
다람쥐들을 엄청 많이 봤지만 워낙 빨라서 겨우 한 컷.
우리 자리 129번 사이트는 하루종일 조용하다. 오히려 우리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제일 크다.
밤이 되니 주변은 더 조용해지고...
여기의 온 목적 그대로 평온함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야영장의 밤이다.
떠나야하는 당일 아침.
쭉쭉 뻗은 잣나무들을 바라보자니 아쉬움 가득하다.
차가 막힐까봐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다시 짐을 들고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했다.
힘이 조금 들고, 불편하긴 하지만... 불편할수록 만족감은 오히려 더 올라간다.
여기 와서 휴양림 캠핑이 만족도가 젤 높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참 좋은 숲이 있어 좋고, 밤 늦게까지 떠들어대는 진상캠퍼들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짐을 정리하는 동안 애들은 마지막 해먹질에 박차를 가하고, 가기 전에 줄타기 놀이를 한 번 더 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잣나무 열매도 줍고, 다람쥐 구경도 실컷하고, 조용한 숲속에서 실컷 힐링하고.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캠핑이었다.
내년에도 여기와서 잣나무 숲속에서 힐링하고픈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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