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6월 말.
토요일 오전 외곽순환도로의 교통 체증을 뚫고 가평으로 캠핑을 떠난다.
사실 이 시기는 좀 애매한 시기다.
초여름이라 날씨는 덥지만 장마가 오기 전이라 웬만큼 큰 계곡이 아니고선 물놀이할 만큼 물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트래킹을 하기엔 날씨가 너무 덥고.
캠핑장 앞으로 계곡물이 흐르지만 역시나 수량은 물놀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놀이 장비를 챙겨왔는데 이번 캠핑에는 꺼낼 일이 없을 듯하다.
한 여름은 아니지만 텐트와 타프를 설치하느라 더워진 몸을 차고 달착지근한 막걸리 한 잔으로 식힌다.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 중 하나. 포천 내촌 막걸리.
좀 달긴 하지만 내촌 막걸리 만의 특유의 맛이 느껴져서 좋다.
막걸리를 들이키면서 바라보는 초여름 나무의 짙은 푸르름이 눈에 성큼 들어온다.
이 녹색 빛만 봐도 힐링이 되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눈맛과 입맛이 동시에 즐겁다.
우리가 하루 머무르는 곳은 C사이트 맨 안쪽. 사이트 반 정도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나머지는 땡볕이다.
바람이 불면 시원하고, 바람이 멈추면 타프 아래서도 살짝 더운 느낌이 든다.
그 아래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사이트에만 종일 있긴 뭐해서 아내와 D 사이트 뒤로 난 조그만 오솔길로 산책을 나선다.
잠시 후 뭔가를 발견한 듯 걸음을 멈추는 아내.
매 여름 캠핑이나 트래킹을 갈 때마다 산딸기와 오디를 신들린 듯 찾아내는 안지기.
이번에는 오디를 발견했다.
몇 개를 따서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 넣고 깨물면 과즙이 터져 나오면서 입안은 달달함으로 가득 찬다.
먹고 나면 혓바닥이 새까매져서 보기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달콤한 맛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작은 오솔길은 포도나무 밭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사이트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다 보니 금세 깊은 밤이 찾아온다.
매너 타임이 나름 잘 지켜지는 곳이라 소란스럽지 않게 아침을 맞이하였다.
시설도 깔끔하고 사이트 간격도 넓고 잘 관리되고 있는 스마일 캠핑장이다.
간만에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캠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생활적 거리두기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는 사설 캠핑장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긴 하다.
국공립 캠핑장은 사이트 절반을 비워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모든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는데
아무래도 사설 캠핑장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사설 캠핑장은 방문을 자제하고 국공립 캠핑장 위주로 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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