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충북 제천으로 조심스레 떠난 백패킹.
날씨가 4월 말인데도 5월 중순처럼 따뜻하지만,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 쉽지 않은 숙영이 예상된다.
들머리는 풍광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한 사찰.
절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역시 명품이다.
주변 산세는 연두색 잎을 한창 피워 내는 활옆수들과 진녹색 침엽수들이 뒤섞여 점묘화처럼 멋들어지고,
한 가운데 가로 펼쳐진 청풍호 뒤로 월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종루 옆 등산로를 따라가 능선길을 올라서자 바위 봉우리들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국립공원 구역이 아니고,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길이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은 편한 산행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바위에서 점프를 해서 내려서고, 바위 틈 사이로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도 만난다.
배낭이 작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박배낭을 메고 가기엔 상당히 힘이 드는 산행길이다.
간혹 암봉 사이로 조망이 뚫리며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산행 속도는 그렇지 못하다.
바위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산행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미인봉을 지나서도 아직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봉우리 한 두 개 더 오르고 나서야 목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눈 앞에 또렷이 보이는 우리의 목적지.
마지막 오르막길를 힘겹게 올라서서 결국 전망 데크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산행의 수고스러움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멋지다.
해가 떨어지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다.
서두를 필요없이 주변 경치 구경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막걸리 맛도 일품이다.
해가 어느 정도 기울고 등산객이 올 거 같지 않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등산객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스트링을 여기 저기 고정시켜 겨우 텐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일몰에 집중할 차례다.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다행스럽게도 데크 뒤 쪽 바위가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다.
간혹 다른 방향으로 불어 오는 돌풍에 텐트가 흔들렸지만 데크 위에서 하룻밤을 무난하게 지냈다.
다음 날 아침 짐을 정리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평탄한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위길에 다시 근육을 움직일 차례다.
암봉을 대여섯 개 오르락 내리락하고 하느라 하산 시간이 어제보다 그리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
연두빛 새순 사이로 종루의 모습이 보이자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박배낭을 메고 가기엔 꽤나 까다로운 코스이지만, 데크에서의 전망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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