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봄 날씨에 캠핑을 한다는 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지난 겨울은 생각보다 포근하더니 봄이 오니 예년보다 날씨가 쌀쌀하다.
겨우내 오지 않던 눈이 봄이 되니 여러 번 오지를 않나.
캠퍼들을 괴롭히는 건 추위만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며 길을 나서는 캠퍼들의 발목을 잡는다.
원래는 지난 주에 올해 첫 캠핑을 하려고 했었는데 비에 강한 바람이 불어 포기를 했다.
사실 캠핑의 가장 무서운 적은 비가 아니라 바람이라는 걸 캠핑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이번 주도 토요일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러다간 한 동안 도저히 캠핑을 못할 것 같아 강행에 나섰다.
이제 가까운 곳 위주로 캠핑을 다녀야 할 것 같다.
큰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학원 다니느라 친구들 만나랴 바쁜 인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 캠핑 장소는 수원에서 가까운 안성에 위치한 서운산 자연 휴양림이다.
안성 시장을 구경하고 온 터라 캠핑장에 3시 넘어서야 도착했다.
사이트에 텐트를 설치하자 마자, 비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서둘러 근처 절구경에 나선다.
오랜 만에 온 캠핑이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산책을 나서는 것도 참 오랜만인 듯한 느낌이다.
이 맘 때는 아직 나뭇가지에 잎이 나지 않아 겨울인지 분간이 쉽지 않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꽃들이 여기 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겨우내 앙상한 나무에 익숙해져 버린 메마른 눈을 즐겁게 해주고
절로 향하는 길 옆으로는 졸졸졸 계곡물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사찰의 초입에는 일주문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는 일주문은 보이지 않고, 절이 나타나기 전에 부도밭이 먼저 자리잡고 있다.
잠시 오르막을 더 걷고 난 후 사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도깨비"로 유명해진 서운산 석남사.
하늘이 잔뜩 흐려서 그런지 3월 말 토요일 오후 석남사의 모습은 한적하기만 하다.
석남사 곳곳에는 개보수가 진행 중이다.
정갈하고 고요한 절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충북과 인접한 산속이라 그런지 절 한 켠에 자리잡은 보라빛 목련도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이고,
성질급한 나무 몇 그루만 옅은 연두색을 만들어 내는 초봄 산속이지만
봉긋봉긋 높지 않은 봉우리들 속에 둘려 싸인 절 느낌은 제법 포근하다.
개보수중인 절이지만
여기저기 아지가지한 포인트가 있어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크지 않은 절이라 구경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숲속에 포근히 자리잡은 분위기가 좋아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운 찰나에
근처에 마애불이 있음을 확인하고 망설임없이 거기로 향한다.
바위에 양각으로 새겨놓은 불상인데 입체감이 그리 뛰어난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연꽃 무늬 바위 기단위에 도툼하게 만들어 놓은 발가락 디테일은 정말 수준급이다.
석남사 산책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휴양림에 도착해서도 휴양림 산책에 나선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잠깐의 산책이 되었지만 대신 번잡하지 않고, 작년에 새로 생긴 휴양림이라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다행히 밤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날씨도 생각보다 따뜻해서 텐트 밖 테이블에서 삼겹살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두 식구가 온 듯한 맞은 편 이웃은 걱정과는 달리 예상 외로 조용해서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해가 고도롤 높이자 마치 5월로 훌쩍 뛰어넘은 듯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하다.
철수 준비를 마치고 한 30분 등산을 하고 싶지만,
두 딸들의 엄청난 반대로 데크 로드 쪽 등산로만 살짝 걸어 보기로 한다.
솔 숲으로 들어서자 소나무 사이사이로 진달래 꽃이 여기저기 만발해 있다.
메마른 갈색빛 숲속에 연분홍 꽃잎을 활짝 벌리며 봄을 알리는 진달래 꽃이 정말 매혹적인 때이다.
초 봄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없는 이런 주말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가족과 함께 봄이 서서히 오고 있는 숲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 딸들과의 의견 대립으로 캠핑가기 쉽지 않을 듯한 올해.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단 산뜻하게 첫 캠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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