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구룡오토캠핑장 - 우리가족 47번 째 캠핑 (2017년 8월 18일 ~ 19일)
떠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한 동안 물놀이를 못할 거라는 생각에
반이 이미 차버린 8월 어느 날
치악산에 위치한 캠핑장을 찾았다.
치악산 금대계곡만큼 맑은 물을 자랑하는 구룡사 계곡
맑지만 차가운 물에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해 보지만
그 차가운 물 속으로 지체없이 들어가는 애들을 보니
괜한 걱정에 불과했다.
차가운 느낌이 싫어 계곡에 내려서지도 않는 엄마
차갑지만 어떻게든 신나게 물놀이를 하려는 애들
그만큼 애들은 어른보다 열정과 에너지를 더 가지고 있는 듯하다.
조금 심심해 졌는지
낙차를 이용해 좀 더 신나게 놀아본다.
이젠 한여름처럼 한시간 이상 놀기엔
조금 식어버린 공기와 더 차가워진 계곡
사이트로 돌아와 에너지를 보충하며 휴식을 취한다
몸을 데워야 물놀이를 더 할 수 있다고 애들을 꼬시는 엄마, 아빠
별 도움이 안되는 걸 눈치챘지만
어쩔 수 없이 산책에 따라나서는 아이들
울창하고 짙은 치악산 숲속
물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오는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걸어가면
애들이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지
오늘은 좀 멀리 다녀오는 걸 요땐 몰랐지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구룡사
절 자체는 입장료 2500원 만큼 구경거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치악산 멋진 산세 속에 자리잡은 앉음새는 어찌 입장료와 비교할 수 있으랴
애들과 구룡사까지는 와본 적이 있지만
그 때 출입금지로 구경을 못했던 구룡소
바위 사이로 흘러나온 물이 바닥을 조금씩 조금씩 긁어내어
만들어 낸 시퍼런 물빛이 매력적인 곳이다
구룡소를 지나서도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장쾌하게 흘러내리는 여름 계곡물 소리는
목마름 속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마음 속 찌꺼지까지 씻어내려 주는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길을
가족과 함께 걷는 행복감을 한 동안 즐겼다
인생에 행복만 존재하지 않듯
걸어온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지쳐오기 마련이다
힘든 길을 인내하면서 차근차근 걷다보면
언제 도착할지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목적지는
어느새 가까이에 와 있다
크지 않아 큰 감동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좌우로 굽이치며 흘러내려 나름 매력있는 세렴폭포
얼마를 더 가야 목적지에 도달할지 모르는 초행길과는 달리
되돌아가는 길은 그새 익숙해졌는지 올때의 답답함은
저 계곡물에 흘러가 버리고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구룡사 근처에서 마주친 전나무 숲길
월정사 전나무 숲처럼 수령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몇 그루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고
한 숨 크게 들이키면 피톤치드 가득한 맑은 공기가 폐 속 가득 들어찬다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처럼
마지막까지 씩씩하게 걸으며
길었던 산책도 이제 마무리한다
길었던 산책에 힘들만도 한데
기어코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려는 둘째
다시 봐도 정말 깨끗한 구룡사 계곡
둘 째 덕분에 늦여름 시원한 계곡의 맛을 다시 음미해 보고
올해 적지 않았던 즐거운 물놀이 기억들을 추억의 바다로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