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대 야영장 - 우리가족 44번 째 캠핑 (2017년 6월 30일 ~ 7월 1일)
30% 강수확률.
기상청에서 알려준 날씨 예보를 믿고 멀리 경북 상주에 있는 문장대 야영장으로 바삐 달려간다.
7월로 접어드는 여름 금요일 밤인데 야영장에 사람이 별로 없다.
일요일에 비예보가 있어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 듯 하다.
애들도 텐트 안에서 조용히 잠이 든 늦은 밤에 와이프와 술잔을 기울인다.
오랜 만에 즐기는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이다.
간밤에 비가 제법 내렸나보다.
빗소리에 잠이 깨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비가 그쳐 있다.
계곡 쪽으로 나란히 놓여 있는 데크는 대부분 비어있고,
지난 밤 비가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멀리 보이는 산 주위로 운무가 걸쳐 있다.
속리산 천왕봉 어딘가에서 시작해 야영장을 끼고 흐르는 용유천은
깨끗함을 자랑하듯 속내을 훤히 보여준다.
아침을 먹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0% 비올 확률이 100%로 급상승하는 순간이다.
일기 예보를 철썩같이 믿었던 내가 바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상청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오가 되도록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텐트 안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 지쳐 근처 폭포 구경을 가기로 한다.
먼저 간 곳은 장각폭포.
길이가 길지 않지만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와 깊이를 알수 없는 짙은 빛깔의 용소.
폭포수 한 쪽에 절묘하게 서 있는 정자의 조화로운 모습이 일품의 곳인데...
그 동안 얼마나 가물었으면 오늘 비가 제법 내렸는데도 물줄기가 빈약하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데도 폭포수 아래에서 물놀이는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에는 화북에 있는 또 다른 폭포로 향한다.
속리산 화북 탐방지원센터.
멀리 운무 사이로 웅장한 바위의 모습을 뽐내는 속리산의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주차비 오천원이란 말에 깜짝 놀라 차를 돌려 아래쪽에 차를 세워놓고 다시 걸어올라 왔다.
소나무 숲 사이 돌길을 따라 걸어 올라오면 다시 포장도로를 만난다.
비가 내려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폭포로 가는 길은 운치가 넘치고,
비에 촉촉히 젖고 있는 나무들이 가지를 재량껏 뻗어 우리를 반겨주는 듯하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목 마다 커다란 바위가 막아 서서
앞으로 어떤 경치가 나올지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드디어 폭포와 문장대로 가는 갈림길.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새 오송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도 물줄기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
바위지대라 그런지 폭포수 아래 물웅덩이는 보이지 않는다.
원래 수량이 풍부한 폭포는 아닌 듯하다.
우리 가족이 같이 구경했던 폭포는
조령산에 있는 수옥폭포, 오대산 소금강 구룡폭포, 동해 무릉계곡 쌍폭과 용추폭포.
이 폭포들 만큼의 웅장함과 시원함은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폭포를 찾아 산길을 함께 걸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 오대산 소금강 구룡폭포
- 동해 무릉계곡 쌍폭포
- 무릉계곡 용추폭포
폭포 구경을 마치고 그냥 내려간다면 뭔가 아쉬움이 남을 듯하여, 좀더 위로 올라가본다.
속리산 숲속 깊숙히 자리잡은 성불사.
'성불산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로 시작하는 이은상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유명한 가곡.
이름은 같지만 이 절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고, 황해도 정방산의 성불사가 그 주인공이라고 한다.
계단과 일부 석축은 오래된 듯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최근에 새로 지어져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늙은 절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속리산 봉우리들 사이에 자리잡은 절 위치가 제법 아늑하다.
큰 바위 사이로 흘러나오는 석간수가 신비롭다.
하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마시지는 않고 눈으로만 구경을 했다.
절 구경을 마치고 내려 오는 길에 여기저기 산딸기가 열려있다.
산딸기 따먹는 재미를 느끼면서 내리막길에 몸은 맡기니 내려오는 길은 금새 끝나버린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데크 근처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구름 사이로 잠시 햇살이 보인다.
이 때다 싶어 애들은 물속으로 뛰어든다.
물놀이가 애초 목적이었는데 잠시나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완전 상류가 아니라서 그런지 물이 그렇게 차갑지 않다.
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그 사이 우린 비가 또오기 전에 철수를 마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철수가 끝날 무렵 비가 다시 내리고, 애들도 비 때문에 더 이상 물놀이를 못하고 나왔다.
비와 와서 아쉬움이 남지만, 나름 많은 (?) 활동을 했던 캠핑이었다.
내년엔 여기서 맑은 날씨에 더 오랫동안 물놀이를 즐겼으면 하는 바램을 하면서 문장대 야영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