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자연휴양림 - 우리가족 43번 째 캠핑 (2017/06/16~18)
이번에도 금요일 밤에 캠핑을 떠난다.
금요일 퇴근하자 마자 서둘러 떠나야 하지만 이를 보상하고도 남을 무언가가 있다.
토요일 아침 조용한 휴양림의 야영장
어젯 밤 작지 않은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시던 노부부의 데크도 조용하기만 하고,
야영장 바로 옆 계곡은 가뭄에 바싹 말라 졸졸 물흐르는 소리를 들려주지 못한다.
숲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재잘거리는 새들만이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인적 뜸한 야영장 주변을 걸으며 캠핑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끽해 본다.
가만 생각해 보니 파쇄석 깔린 이 비탈길은
올 2월 애들에게 신나는 썰매를 탈 수 있게 해주었던 바로 그 곳이다.
계절은 완전히 바뀌어 벌써 짧은 옷을 입어야 하는 여름이다.
야영장 옆에 위치한 숲속의 집 연립동. 이 곳도 우리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다.
9년 전 첫째가 애기 시절, 둘째는 태어나기도 전에
처제 식구들과 놀러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아침밥을 먹고, 잘 정리된 포장길을 따라 목공예 체험장으로 향한다.
우리 식구뿐인 이 곳에서 대나무 피리에 나무 가지로 장식을 한다.
한 시간 남짓 집중력을 쏟아부은 결과물에 만족해하는 두 딸들.
우리 사이트는 104번 데크. 108번 데크만큼 독립적이진 않지만
차를 근처에 바로 세울 수 있고, 일부 시간대를 제외하곤 그늘이 대부분이며
데크 옆으로 너른 공간이 있어 해먹까지 칠 수 있는 나름 명당이다.
목공예 체험장에서 돌아온 후 해먹 놀이를 하며 한가로운 토요일 낮을 보내고 있는 애들.
애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산책하러 나서자는 엄마, 아빠의 말에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뀐다.
겨우 설득을 해서 애들을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애들의 반발에 정상까지는 엄두도 못내고 산 중간에 나 있는 임도길로 다녀오기로 한다.
108번 데크 위 명대정이라는 정자에서 산책을 시작한다.
아직까진 서로 손을 잡고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은 두 딸들.
수량이 풍부했으면 폭포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을 듯한데
계속되는 가뭄에 앙상한 바위의 모습만 내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게 등산이지 산책이냐고 번갈이 가며 투덜투덜대는 두 딸들. 아~ 피곤하다.
10분 남짓 오르막길을 걸어 조그만 절인 월정사에 도착했다.
쪼르륵 나오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서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월정사 이후부터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건만
더운 날씨라 그런지 경사가 급하지 않은 오르막길에도 애들의 투정은 계속된다.
임도가 나타나야 투덜거림이 잦아들 것 같은데 임도길은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지도로 보이는 거리보다 더 긴 거리를 걸어 나타난 임도길.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더 멀었을지도 모른다.
어라. 오서산 정상까지 1km 밖에 안남았네.
이 참에 정상까지 갔다오면 좋으련만.
더 나쁜 아빠가 되기 싫어 그냥 임도길로 방향을 틀고 만다.
임도길가 한쪽에 가득 피어있는 야생화.
꽃을 보고 애들의 기분이 좀 좋아지기 시작했나 보다.
어느 덧 임도길은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길 위로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많아 한 결 걷기가 편해진다.
애들도 이제 기분이 완전 좋아졌다.
내려오는 길에 안지기가 발견한 오디나무.
오디라면 환장을 하는 안지기가 기가 막히게 뽕나무를 찾아냈다.
오디가 크지 않지만 가물어서 그런지 무척 달다.
엄마 아빠가 건네주는 대로 순신간에 먹어 치우는 애들.
입 주변이 빨개지는 줄도 모른 채로.
하산길에 가끔식 보이는 오서산 정산.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듯 싶어 다음 번에는 꼭 다녀오리라 다짐을 한다.
두 시간 조금 모자라게 임도길 한 바퀴를 돌았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한 숲속 산책이었다.
데크로 돌아온 후 엄마, 아빠는 약간의 알콜로,
애들은 해먹에서 피리를 불며 산책 후의 피로감을 풀었다.
애들은 그렇게 키워야 하나보다.
원하는 대로 그냥 하게 놔두기 보다는
애들이 원치 않는 것도 부모가 생각하기에 해야하는 것이라면
얼르고 달래고 설득시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가기 싫어한다고 산책을 하지 않았다면
온 가족이 한적한 숲속에서 기분좋게 산책을 마무리할 수 없었을 것이며
달콤한 오디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며
앞으로 산책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우리의 소중한 숲속 시간도 줄어들지도 모르고
덜 움직이니 우리 가족의 건강도 더 나빠질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