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찾은 대야산 자연휴양림 캐빈 - 우리가족 40번 째 캠핑 (2016/11/12~11/13)
왠만한 난방장치없이 캠핑을 하기 어려운 11월이 왔지만
그래도 캠핑을 하고 싶어서 올 봄에 감행했던 반칙캠핑을 하러 문경을 떠난다.
다른 여행처럼 휴양림에 가기 전에 관광할 만한 곳을 찾는다.
이번에 간 곳은 진남교반.
고모산성과 토끼비리가 있는 곳이다.
진남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올라오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반대편 성황당 쪽에 주차를 하고 산책을 시작한다.
옛날 주막을 재현해 놓은 주막을 지나자 진남성이 우릴 맞이한다.
주막에 실제로 음식과 막걸리를 팔면 좋을 것 같은데, 초가집 몇 채만 덩그러니 서 있으니 황량하기 짝이 없다.
토끼비리 쪽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난 길로 빠지면서 바라본 고모산성의 웅장한 모습은
마치 전쟁을 대비하는 삼국시대의 한 산성으로 돌아간 느낌을 들게 한다.
토끼비리.
고려 왕건이 견훤에 쫓겨 길을 잃고 헤맬 때 토끼가 벼랑 사이로 지나가는 걸 보고 따라갔다는 그 길.
지금은 벼랑 사이 사이 위험한 곳은 데크로 안전하게 길을 만들어 놨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영남대로 중 가장 험한 길로 유명했다고 한다.
날씨가 좋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봄철에만 나타났던 황사가 이젠 미세먼지가 되어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우릴 괴롭힌다.
여행을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데크로드와 난간 설치로 길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반질반질해진 돌길에서 짚신을 신고 걸었던 옛 조상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오정산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절벽 아래 영강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속삭이듯 들리고
낙엽 깔린 옛길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산책길이 되어 준다.
몸을 구부리고 우릴 안아주는 듯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로 내려가면 진남 휴게소를 만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성을 향해 오른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다리에 고통이 더해 온다.
잠시 쉬기 위해 뒤돌아 보니 갈색 가을 숲 사이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 있는 산성이 내려다 보인다.
엄청난 크기로 가까이 다가온 산성의 모습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도 남는다.
돌 하나 하나 쌓아 이렇게 크고 높고 긴 벽을 만든 노고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또한 일품이다.
사방으로 둘러 싸인 산 사이 사이 "S"자로 굽이치는 영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검푸른 영강을 바라보면서 산성을 밝고 내려가는 길은
위험해 보이면서도 평소 느낄 수 없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해준다.
서문지부터는 아주 오래 전에 쌓은 듯한 돌성이 나타난다.
남문지로만 사람이 많이 몰리고 이곳으로는 인적도 뜸해서
쌓은지 수백년은 넘은 직한 돌성이 타임머신이 되어
우릴 몇 백년 전 과거로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갈색 낙엽 사이로 나란히 놓여 계단이 되어준 삭은 통나무 역시 그런 기분을 더욱 부추기게 한다.
힘껏 밟으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막삭 밟고 올라서니 한 동안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듯.
사람이 언제 지나갔는지 몰라 낙엽만 뒹구는 산길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견디느라
이제 산의 일부가 되어 버린 듯한 늙은 돌벽과 나무 계단.
늦은 가을에 찾으면 제격이 산책길임이 틀림없다.
이제 대야산 자연휴양림으로 차를 몰고 간다.
휴양림 거의 다달아서 보이는 희양산.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된 산의 모습에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곤 그냥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잠시 차를 세우고 맘껏 감상하고 사진도 찍는다.
이번엔 지난 번 묵었던 캐빈과 반대편이 맨 끝 10번 캐빈이다.
짐을 다 내리고 난 후 계곡 구경을 하고, 큰 딸은 계곡에 발도 빠져 보고, 그네도 타보고.
그러고 나니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진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난 후
엄마 아빠는 모닝 커피를 마시고
두 딸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의외로 푸근한 산 속 만추의 분위기를 만끽해본다.
짐을 다 정리하고 떠나기 전 가볍게 주변 산책을 한다.
길 위로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고 헤치면서
정식 캠핑은 아니지만 캠핑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올해 마지막 캠핑을 아쉬움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