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용현 자연휴양림 - 큰 딸과 단 둘 캠핑 (2016/06/10~11)
큰 딸과 단 둘이 떠나는 캠핑.
예전부터 아빠와 단 둘이 캠핑을 가고 싶다는 큰 딸의 바람을
이뤄줘야지 생각만 하다
이번에 드디어 실천에 옮긴다.
금요일 밤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짤은 일정이라
4월에 가보았던 곳이긴 하지만...
가까운 용현 자연휴양림으로 다시 가기로 한다.
깜깜한 야영장 구석에 위치한
119번 데크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조용한 숲속 에서
뜨끈하게 만두를 익히고
컵에 막걸리를 부어놓고
아빠와 딸은
이런 저런 소소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딸과의 행복한 시간을 짧게나마 보내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텐트를 열고
상쾌한 숲속 아침 공기를 들이킨다.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119번 데크는
주변 데크과 떨어져 있어 상당히 독립적이다.
그 점이 맘에 든다.
큰 딸이 여기로 캠핑오는 것을
흔쾌히 오케이한 이유는 바로 토끼다.
예쁜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두 달 사이에
새끼 토끼가 세 마리 태어났다.
큰 딸은 아기 토기의 귀여운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고
내가 봐도 정말 귀엽긴 하다.
아침을 먹고 나니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어린들이 119번 옆 야외공연장으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다.
근처 어린이집에서 숲속 체험을 왔나 보다.
그렇게 조용하던 119번 데크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반대편 103번 데크로 피신을 한다.
103번 데크도 명당 중 하나다.
옆 사이트와 거리가 좀 가깝긴 하지만,
맨 구석에 위치해 있고,
초여름 숲속의 싱그러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야영장을 잠시 벗어나 산책길에 만난 용현 계곡.
수량이 적긴 하지만
족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비닐 봉지 하나로
물고기를 잡아보겠다는 큰 딸.
물고기 대신 다슬기를 잡아 올렸다.
잠시 후 원래 보금자리인 깨끗한 계곡으로 돌려 보낸다.
유속 느린 물 위로
느릿느릿 떠 있는 꽃잎.
숨가쁘게 살아온 주중 생활.
숲속에서 보내는 주말 만큼은
이 낙화처럼 삶의 속도를 한껏 늦춰본다.
마음의 시계는 천천히 가지만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토끼에게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휴양림을 떠난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보원사지나 서산마애삼존불을 보러 가자는 아빠의 제안에
우선 거절하고 보는 딸.
역사 교육도 시키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몰라줘서 좀 섭섭하다.
둘이 온 캠핑이라 하자는 대로 거의 다 해줬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내가 고집을 피워 결국 둘 중 한곳을 가기로 한다.
몇 년전에 와본 적이 있는 곳인데
딸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나 보다.
지금은 석축이 잘 쌓여 있어 평지처럼 보이지만
원래 벼랑 옆 절벽에 위치한 곳.
게다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을 발견할 당시의 스토리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어 알고 있기에
더욱 흥미로운 곳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딸과의 첫 캠핑.
깊은 밤 숲속에서 오붓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비록 여기 오는 것 때문에 약간의 티격태격이 있었지만
온화한 삼존불의 미소처럼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캠핑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