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리산자연휴양림 - 우리가족 18번 째 캠핑 (2015/04/17~18)
작년부터 가고 싶었던 희리산 자연휴양림에서의 벚꽃 캠핑.
작년엔 생각보다 벚꽃이 빨리 피어 포기를 하고,
올해는 비가 온다고 해서 갈까 말까 여러 번을 망설이다가 올해도 못보면 너무 아쉬움이 클 것 같아 가기로 결정했다.
단, 1박만 하고 비오기 전에 철수하기로.
언제나처럼 금요일 늦게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빨리 치고 나서, 자고 있는 애들을 텐트 안으로 옮겼다.
근데 4월 중순인데도 생각보다 춥다. 용현자연휴양림의 온열데크가 그립기만 하다.
침낭에 핫팩 몇 개를 투척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가니 멋진 벚꽃이 나를 반긴다.
벚꽃 가득 피어난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먼저 일어난 둘째는 비어있는 옆 데크 229번에서 아침부터 열심히 해먹질을 한다. 전봇대 앞이 228번, 그 옆이 227번 데크다.
둘째가 화장실 간 사이 첫째도 일어나 해먹 위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화장실과 개수대로 가는 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소나무가, 오른쪽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2야영장을 끼고 흐르는 조그만 계곡에서도 주인공은 벚꽃이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살짝 떨어져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계속 내리지는 않았다.
혹시나 비가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침을 먹자마자 희리산 산행을 가기로 한다.
희리산은 300미터 정도의 높지 않은 산으로 애들과 산행하기 딱이다.
벚꽃 핀 2야영장 계곡을 거슬러 올라 3야영장으로 향한다.
3야영장에도 여기 저기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2야영장보다 더 한적한 느낌이다.
가까운 곳부터 301번 ~ 305번 데크다.
사방댐을 지나고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제 산속에도 여기저기서 녹색 빛이 돈다. 한 달 전과는 완전 딴판으로 완연한 봄 느낌이 든다.
능선을 올라서고 부터는 걷기가 한결 편할 뿐만 아니라 진달래가 어서 오라며 우리에게 손짓한다.
아래에서는 벚꽃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 산 능선에서는 진달래 잔치가 한창이다.
능선을 한 30분 정도 걸어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의 전망이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여있다.
서남쪽으로는 춘장대 쪽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고,
전라도 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산들이 봉긋봉긋 솟아있다.
여긴 충청도 방면의 산들. 남쪽 산들보다 더 굵직굵직하다.
산 정상까지 왔으니 이제 라면을 먹을 차례다.
산상라면 엄지척.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3야영장 벚꽃의 향연
차가 세워져 있는 데크가 312번, 그 옆이 311번 데크이다.
다음엔 저 데크에서 조용한 캠핑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소나무와 벚꽃의 절묘한 조화.
일품이다.
우리 데크로 돌아와서 짐을 몇 개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하고 난 후, 229번 데크로 자리를 옮겼다.
4시부터 숲속 음악회가 열린다고 해서 물놀이 시설 옆 주차장으로 향한다.
무대는 활짝 피어 있는 벚꽃으로 충분하다.
벚꽃 아래에서 듣는 서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학생들의 연주는 가히 감동적이다.
가끔 바람이 불면 벚꽃이 음악 선율을 타고 관객들의 마음에 행복으로 내려앉는다.
지자체와 연계해서 마련한 이런 이벤트는 참 신선하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시 데크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벚꽃 가득한 이 휴양림에서 하루 더 지내고 싶지만,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올해처럼 그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내년 봄에 다시 만자나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