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대 (에코힐링) 야영장 & 치악산 남대봉 산행 - 우리가족 13번 째 캠핑 (2014/08/07~09)
올 7월 새롭게 단장을 한 후 캠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금대야영장. 에코힐링캠핑장이라고 부르는데 난 그냥 금대야영장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다행히 예약에 성공하여 여름 휴가 기간에 이곳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올 여름 날씨는 참으로 이상하다. 7월 말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날씨가 그리 덥지도 않고, 태풍 하나가 올라오고 나서부터 계속 비가 내린다.
우리가 금대야영장에 도착한 날도 그 전날부터 비가 내리더니 당일에도 비가 내렸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듯 금대야영장에 도착할 즈음부터 비가 그쳤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금대야영장은 차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치되어 있는 카트를 이용해 짐을 옮겨야 한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무덥지 않아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지만 무거운 짐이 가득 담긴 카트를 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일은 고생스럽긴 하다.
고생을 한 만큼 보상은 따른다. 자동차 매연에서 벗어나 좀 더 쾌적하고 자연 친화적인 캠핑이 가능하니 말이다.
캠핑장 배치도. 새단장 이전의 사이트 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에 1박으로 방문한 적이 있기에 이것만 보고도 대충 느낌이 온다.
왼쪽 사이트가 계곡과 가깝고 그늘도 풍부한 편이다. 최상단에 위치한 47번, 48번 사이트는 짐을 나르려면 고생 꾀나 할 것이 분명하다.
캠핑장에 들어서면 캠핑장 간판이 멋지게 꾸며져 있고 그 뒤가 화장실과 샤워실이다. 시설은 정말 훌륭하다.
그리고 왼쪽 오르막길로 접어들며 우리 사이트로 향한다.
길가 옆에 위치해 있어 개수대가 가깝고 그늘이 약간 부족하지만 완전 땡볕은 아니라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개수대는 왼쪽 사이트에 3곳, 오른쪽에 2곳. 총 5곳이며, 세면대와 싱크대가 구분되어 있다.
바닥은 마사토라 며칠 동안 내린 비에 사이트 여기 저기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물웅덩이에 있는 물을 대충 걷어내고 사이트를 구축했다.
12번 사이트 앞으로 야외 무대와 밤나무 숲 아래 휴식 공간이 있는데 애들은 거기가 마음에 드나보다.
거기서 잠자리를 잡는다고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차가 없으니 애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12번 사이트에는 해먹을 걸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 곳 밤나무 아래에 해먹을 설치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6시 즈음에 일어났다.
금대 야영장 근처에 있는 치악산 남대봉에 오르고 싶어 혼자 산행에 나선다.
6월 초 도봉산에 오른 이후 제대로 된 산행을 한 적이 없어 체력이 받쳐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제작년 친구와 치악산 종주를 계획하였으나 비가 내려 비로봉 정상만 찍고 내려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캠핑을 왔기 때문에 종주는 어렵고 남대봉만 찍고 내려오려고 한다.
영원사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고 흙길과 시멘트길이 섞여있다. 옆으로는 시원한 계곡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30분 조금 더 걸려 영원사 입구에 도착했다. 가족과 산책하면서 절구경 하기로 하고 바로 남대봉 방향 산길로 접어든다.
영원사를 지나서부터 숲은 더 짙어지고 계곡물 소리는 더 커진다.
며칠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진 계곡을 따라 홀로 걷노라니 내 마음이 한없이 시원하고 경쾌해진다.
산행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계속 머물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멋진 풍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곡물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남대봉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금대계곡의 시원은 찾아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코스는 계곡물의 흐름과 정확히 반대로 나있다.
많이 올라오긴 했나보다. 한 시간 남짓 내 귀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계곡물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고 바로 앞에 계단길이 보인다.
계단을 다 오르니 남대봉 갈림길이다.
남대봉 쪽으로 길을 틀면서부터는 능선길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람머리 모양을 한 바위 너머로 원주 시내가 보이고
건너편 백운산 쪽 풍경도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능선길을 따라 여기 저기 야생화가 피어있어 내 눈을 더 즐겁게 한다.
갈림길에서 15분 정도 능선길을 걸어 드디어 남대봉에 도착했다. 쉬지않고 올라온 지 약 2시간 만이다.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아 좀 더 높이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은 후 본격적으로 경치를 조망해 본다.
전방으로 우뚝 솟아있는 치악산 정상 비로봉이 눈에 들어오고
강원도 동남쪽 방향의 산들도 시원스레 조망된다. 어떤 산인지 궁금하지만 알길이 없다.
멋진 풍경을 실컷 구경하고 바로 하산할까 하다가 근처 상원사에 안가보면 후회할 것 같아 곧장 상원사로 향한다.
10분 정도 내리막길을 걸어 코너를 도니 바위 위에 외로이 자리잡은 상원사가 보인다.
파란 하늘에
구름 한 두 점
그리고 전나무 두 세 그루
그 사이에 상원사 대웅전과 종각이 조화롭게 서있다.
따뜻한 햇살에 살랑살랑 바람 불어오고...
이 고요한 절 앞에서 겹겹히 펼쳐진 산들을 보고 있자니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살고 있는 도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이 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느낀 후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마주친 계곡의 모습은 자꾸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야영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20분. 거의 5시간 걸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으니 이제 애들과 놀아줘야 할 시간이다.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하여 계곳으로 물놀이에 나선다.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하다. 초 1급수.
하지만 아쉽게도 물이 너무 차가워 물놀이를 실컷 할 수 없었다.
늦은 오후에는 영원사 방향으로 산책을 갔다. 아침에 등산을 하면서 영원사가 어른 걸음으로 30분 정도를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영원사까지 가지 않고 중간쯤 가다 다시 돌아왔다.
산딸기에 심취해있는 마눌님. 복분자였던 거 같기도 하고.
마지막 날은 짐싸는 날이다.
12시가 나가는 시각이지만 10시부터 시작한 짐싸기 일은 12시 반이 넘어서야 끝났다.
그나마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 짐싸고 짐옮기는데 땀을 많이 흘리지는 않았다.
차를 야영장 약 50미터 아래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마지막 물놀이를 위해 계곡으로 향한다.
역시나 차가운 계곡물. 잠시 물놀이를 하다 큰 딸은 추워 밖으로 나오고 둘째만 추위를 견디며 수영을 한다고 잘하는지 지켜봐 주란다.
나 역시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갈 엄두도 못내고 계곡 가에 앉아 맑은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다.
아! 좋다. 이 기분.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계곡물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