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산행 (2014/05/19)
월요일 아침 평소처럼 일어났지만 오늘은 출근이 아니라 도봉산 산행을 위해서이다. 전철 안에서 평소의 나처럼 출근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약간 어색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ㅎㅎ. 급행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다시 1호선을 타고 도봉산역에 9시 15분에 도착했다. 도중에 김밥을 사고 도봉산 탐방지원 센터에 9시 30분 경에 도착했다. 오늘의 코스는 도봉대피소 - 만월암 - 포대정상 - 자운봉 - 오봉 - 오봉탐방지원센터.
북한산의 경우 백운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올라갈 때에는 산아래는 보통 육산처럼 흙길로 되어 있는데, 도봉산은 시작부터 바위길이다.
10시에 도봉대피소에 도착했다. 날씨가 더워 반팔티셔츠로 갈아입고, 오른쪽 길을 택해서 만월암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도중 인절미바위가 보인다. 화강암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박리작용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화강암은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분에 의한 침식과 풍화에 약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보이는 멋진 암봉들도 이런 풍화와 침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10시 45분에 도착한 만월암. 화강암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해있다.
만월암을 지나 포대정상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안내지도에 나와있는 길 말고 여러 개의 길이 여기저기 나있다. 산림 훼손을 방지를 위해 이 쪽 부근의 탐방로를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 길이나 가면 능선으로 도착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운봉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포대 정상 가기 전 포대능선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보이고, 포대정상으로 가는 길은 바위 위에 철심을 박아 만든 길로 무척이나 위험하다. 쇠줄을 잡고 급한 경사를 오르내리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보이는 멋진 봉우리의 모습.
하늘로 향하는 철계단도 올라가고 정상 봉우리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진다.
철심이 박혀있는 바위 길에서 내 눈은 신선이 노니는 듯한 풍경에 호강을 하고, 평소 힘을 쓰지 않던 내 팔의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바삐 움직였다. 특히, 포대정상에서 자운봉으로 가는 길은 급격한 경사로 인해 정말 위험한 구간으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팔에 힘이 풀리기라도 하면 바로 낭떨어질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 포대정상 쪽으로 뒤돌아본 모습.
↓ 왼쪽 봉우리가 자운봉(정상)이고, 가운데가 신선대이다.
바위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 신선대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반이었다.
↓ 신선대에서 바라본 자운봉의 거대한 모습. 바위를 마치 하나씩 포개어 놓은 것 같다.
↓ 날씨가 흐려 선명하진 않지만 우뚝 솟아있는 북한산이 보인다. 도봉산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모습은 마치 1000미터 이상 높이 솟아있는 것처럼 웅장하다.
신선대에서 내려와서 주봉으로 가야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가 버렸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갈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속 내려가 12시 20분에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오봉을 가기 위해 관음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2시 45분에 관음암에 도착했다.
관음암을 지나 우이암과 오봉 갈림길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산 위에서 먹는 막걸리와 컵라면은 본래의 맛을 훨씬 뛰어넘는 마법을 발휘했다. 고마운 산 덕분에.
점심을 먹고 1시 경 오봉을 향해 출발했다. 멀리 보이던 오봉은 실제는 그리 멀지 않았고 3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정상 부근에서 본 멋진 경치에 버금가는 또 다른 절경이다. 대자연이 만들어 놓은 이 멋진 작품을 보자마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 1봉에서 바라 본 나머지 4개의 봉우리.
↓ 오봉에서 바라 본 정상 쪽 모습
멋진 경치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여성봉으로 향한다. 다시 30분 정도 걸려 여성봉에 도착했다. 왜 여성봉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고, 여성봉에서 바라보는 오봉의 모습도 일품이다.
2시 40분에 오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고, 제일 고생한 내 발을 송추 계곡 맑은 물에 담궈 식혔다.
송추역 앞에서 안양가는 버스를 타고 안양역에 도착한 후, 전철을 타고 수원에 도착했다.
서울 사람들은 좋겠다. 가까운 곳에 북한산과 더불어 이렇게 멋진 도봉산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만들어낸 멋진 풍경에다 바위 타는 손 맛도 간만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당장 친구와 같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