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산행 (2014/03/03)
삼일절 주말이 지난 3월 3일. 그 동안 법주사까지만 가보았던 속리산을 이번엔 제대로 산행하기로 마음먹고 아침 7시 법주사행 버스를 탔다. 근데 버스를 타고 법주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청주버스터미널에서 20분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하여 여기 저기 정차를 하더니 속리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10분.
서둘러 내려 법주사 쪽으로 걸어간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좋다. 법주사 오리 숲길과 법주사에서 세심정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이 울창한 숲길을 홀로 걸어가니 이 숲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날씨까지 화창해서 정말 상쾌하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 오늘 산행 코스는 세심정 - 천황봉 - 문장대 - 세심정으로 긴 코스다. 문장대만 갈까하다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점이자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을 놓치기 아까워 긴 코스로 결정했다.
버스터미널에서 세심정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세심정에서 천황봉쪽으로 우회전하여 조금 걸어가니 본격적인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3월 초인데도 오르막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니 상체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한 30분 정도 걸려 상환암 입구에 도착했다.
↓ 난 참배객이 아니니 바로 패쓰.
상환석문을 지나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니 조금씩 속리산 암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 상환석문.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겸손하게 허리숙여...
상고암 근처부터 멋진 바위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문장대-천황봉 갈림길을 거쳐 천황봉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5분. 세심정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 천왕봉 가는 길에 만난 바위. 저 쪽으로 길이 있나 싶어 가봤더니 바로 절벽이다.
↓ 속리산 최고봉치곤 표지석이 너무 작다.
천황봉 부근은 속리산 다른 봉우리와는 다르게 육산으로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는 바위가 거의 없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어느하나 막힘없이 확 트여 속이 다 시원해진다.
↓ 구병산 능선. 정말 병풍을 친 듯하다.
↓ 문장대 쪽 전망. 멋진 바위들이 자태를 뽐내듯 당당하게 서있다. 속리산은 진정 바위들의 세상이다.
↓ 관음봉, 묘봉 쪽 모습.
↓ 청화산 쪽 전망. 청화산 너머로 희양산이 조금 보이고, 왼쪽으로 대야산도 조망된다.
천황봉에서 전망을 실컷 구경하고 점심도 먹고 1시 5분 경 문장대를 향해 출발했다. 바위산이지만 길은 바위 사이사이 흙길로 되어 있고, 따스한 햇볕에 눈이 녹아 질퍽거린다. 지정탐방로로는 바위를 탈 수 없어 조금 아쉽다.
상고 석문을 지나 입석대로 향하는 길에 멋진 바위 작품들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 상고 석문
↓ 악어를 연상케 하는 바위. 화강암이 풍화와 침식을 받아 이렇게 멋진 바위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 오른 쪽에 보이는 곳이 천황봉이다. 침식을 덜 받아 다른 봉우리와는 달리 육산의 모습을 보인다.
↓ 비석처럼 서있는 바위. 여기가 입석대 부근인가보다.
쉬지 않고 줄기차게 걸어 2시 경 신선대에 도착했다. 해발 1,000 미터가 넘는 국립공원 능선에 대피소도 아니고 음식을 파는 산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신선대를 지나면서부터 질퍽거리는 흙길이 아니라 바위길이 시작된다.
↓ 뒤돌아보니 신선대가 바로 보이고 오른쪽 천왕봉부터 내가 걸어온 능선이 보인다.
그리고 드디어 바로 앞에 보이는 문장대.
2시 반에 문장대에 도착했다. 문장대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 문수봉 쪽 줄기
↓ 바로 앞에 보이는 관음봉과 그 줄기
↓ 북쪽 방향의 조망.
↓ 가운대 대야산이고 오른쪽으로 하얀 바위산이 희양산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저 멀리 월악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 한남금북정맥 방향의 산들이 첩첩히 놓여있다.
2시 45분에 문장대를 출발해서 4시 반 버스를 타기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3시 35분에 세심정에, 4시에 법주사에 경보하듯 내려왔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작년 가을 가족과 같이 법주사를 방분했을 때, 공사때문에 보지 못했던 팔상전을 보기 위해 잠시 법주사에 들렀다. 아직도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듯 자재가 여기저기 놓여있지만, 팔상전의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하다.
때 마침 바람이 불어오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20개의 풍경 소리.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이 아름다운 소리.
시간에 쫓기고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잠시 동안 그 소리를 내 마음 속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뛰다시피 해서 겨우 4시 반 청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고, 9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루 코스로 천황봉 - 문장대 코스를 타기엔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하지만 바위 세상 속에서 몇 시간을 걸으면서 눈이 즐거웠고 마음은 행복했다. 천황봉 - 문장대 코스로는 바위타는 맛을 느낄 수 없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10시 10분: 속리산 버스 정류장
10시 30분: 법주사
11시 5분: 세심정
11시 35분: 상환암
12시 35분: 천황봉 (식사 후 1시 5분 출발)
2시 00분: 신선대
2시 30분: 문장대 (휴식 후 2시 45분 출발)
3시 35분: 세심정
4시 00분: 법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