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캠핑

우리가족 여덟 번째 캠핑 - 월악산 닷돈재야영장 (2014/04/18~20)

해랑&난 아빠 2014. 4. 20. 10:16

 

 

2014년 첫번 째 캠핑이다. 사실 가야하나 많이 망설였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온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있는 터라. 그런데 TV나 인터넷에선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주말내내 우울하게 보낼 것 같아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쉬러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출발을 결정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짐을 차에 실고...이래저래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니 시각은 벌써 8시 반이다. 올해 첫 캠핑이라 좀 헤매고 준비도 부족하여 시간을 좀 지체했다.

 

2시간 정도 걸려 제천과 충주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는 닷돈재 야영장에 도착했다.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고나니 시간은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간다. 자고 있는 애들을 깨우고 케익을 꺼내 울 마눌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좀 있다 모두 잠에 빠져들었다. 어느 해보다 따뜻한 봄을 보내고 있지만 산속 4월 말의 밤은 생각보다 추웠다. 계곡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침낭을 바짝 끌어당기면서 잠을 잤다.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일어나는 것이 캠핑의 순리인가 보다. 8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밖을 나서니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맑은 공기와 많은 소나무들, 그리고 밤새 자장가를 들려주었던 계곡이다.

 

↓ 우리 사이트. 건너편으로 풀옵션 캠핑장이 위치해 있다.

 

 

닷돈재 캠핑장은 송계 계곡을 경계로 일반야영장과 풀옵션캠핑장으로 나뉜다.작년에 포크레인으로 계곡을 헤집고 여기저기 공사를 한 결과로 길가 쪽으로 풀옵션캠핑장이 생겼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일반야영장이고 건너기 전 넓은 주차장 옆으로 풀옵션캠핑장이 위치해 있다. 송계계곡을 기준으로 행정구역도 달라서 일반야영장은 충주시 수안보면이고 풀옵션캠핑장은 제천시 한수면이라고 한다.

 

 

닷돈재 야영장은 근처에 있는 덕주야영장보다 규모가 크고, 일부 구획이 정해져 있지만 의미는 없어 보이고, 마음대로 사이트를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송계계곡 상류에 위치해 있어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한적한 편이며, 아이들 물놀이하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이 때문에 성수기 땐 난민촌을 방불케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사실 우리가 자리잡고 싶었던 곳은 솔숲 한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지대가 낮아 아늑하고 계곡 바로 옆에 있어 물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겐 정말 명당인 곳(아래사진)이다. 하지만 그곳엔 중년 부부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가 차선으로 자리잡은 곳도 나름 명당으로, 지대가 낮고 계곡 바로 옆인데 풀옵션캠핑장과 좀 더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구름다리는 풀옵션 캠핑장 쪽으로 하나 있고, 북쪽으로 좀 더 가서 닷돈재 식당 쪽으로 하나 더 있다. 그 구름다리 쪽에 차를 5~7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우리는 거기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를 이용해 야영장 중간으로 짐을 옮겼다. 손수레는 풀옵션 관리사무소에서 빌릴 수 있다.

 ↓ 식당 쪽 구름다리.

 

정말 오랜만에 애들은 해먹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하지만 오후에 관리사가 오더니 해먹은 안된다고 해서 애들은 불만 가득. 나도 닷돈재에서 해먹금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무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그런 것이라면 따르는 것이 맞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최근 날씨답지 않게 쌀쌀하다. 5월 정도의 따뜻한 날씨를 예상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서인지 풀옵션캠핑장에는 사람이 많지만, 일반야영장은 텐트수가 10개를 넘지 않는다. 쌀쌀한 날씨덕에 한적하고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산책을 가기로 했다. 캠핑을 가기 전부터 산책을 갈 것이라 애들에게 여러 번 얘기한 터라 큰 불만은 없는 듯 하다. 닷돈재 근처에는 만수 계곡과 하늘재&미륵불이 있다. 미륵불은 지난 번에 본 적이 있어 만수계곡에 가보기로 했다.

 

 ↓ 만수계곡 가는 길에 찍은 풀옵션 캠핑장 쪽 계곡. 자연미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름에 물놀이하기엔 제격이다.

 

↓ 풀옵션캠핑장 전경. 시설이 잘 되어 있어 한 번 사용해 볼 만 할 것 같다. 다만, 텐드 간격이 여유롭지 않다. 

 

↓ 구름다리에서 찍은 송계계곡의 모습. 혹자는 가장 한국적인 계곡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지도 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걸어서 만수 계곡에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 국도가 다 그렇듯이 차길 옆으로 사람이 걸어다닌 만한 공간이 없어 애들과 같이 걸어가기가 상당히 위험하게 느껴졌고, 생각보다 거리가 가깝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나만 다시 돌아가 차를 끌고 와서 식구들을 태우고 금방 만수계곡 앞에 도착했다.

 

 

계곡 초입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예쁜 구름다리. 

 

만수계곡 코스는 회귀형으로, 계곡을 끼고 1시간 정도로 산책을 하고 돌아올 수도 있고, 만수봉으로 몇 시간 동안 등산을 할 수도 있다. 우린 애들을 데리고 갔기에 짧은 코스로 돌기 했다. 만수계곡은 송계 계곡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더 한국적인 맛이 느껴지는 계곡이라고 평하고 싶다. 만수계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한 말보다 사진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산 속이라 아직 벚꽃이 지지 않고 만개해 있고, 분홍빛 철쭉꽃이 매혹적이다. 

 

 

산책을 마치고 애들은 아이스크림으로, 안지기와 난 단양 대강주조에서 만드는 소백산 만찬주 막걸리로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날씨가 쌀쌀해서 일찍 화로에 장작불을 피웠다. 저녁을 먹고 준비해온 장작이 다 소진될 무렵 우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날씨가 너무 좋다. 어제는 쌀쌀했지만 짐을 정리해서 떠나야하는 오늘은 최근 날씨답게 정말 따뜻하다. 애들도 따뜻한 날씨에 어제보다 훨씬 얇은 차림으로 넓은 닷돈재 야영장에서 맘껏 돌아다닌다. 닷돈재 야영장에 가득찬 이 봄기운을 맘껏 받아들이니 내 맘속에도 행복한 기분이 충만해진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