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산행 (2014/02/04)
이번 겨울 산행의 목적지는 태백산이다. 눈꽃 여행의 최적지이며, 한겨레의 얼이 서려있는 태백산.
설 명절을 보낸 다다음 날 7시 버스를 타고 태백으로 향한다. 태백까지는 버스를 타고 3시간 20분이 소요되는 먼 거리이다. 평일이라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더니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접어든다. 강원도의 힘인 수많은 산이 나를 반긴다. 자연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곰곰히 생각해 보니....그렇다. 산에 눈이 없다. 설 연휴에 날씨가 봄날씨처럼 포근하더니 여기 강원도에도 눈이 다 녹았다보다. 이런! 눈꽃 구경을 왔는데 쉽지 않을 듯 하다. 버스는 영월에서 잠시 정차하고, 카지노의 고장 고한을 잠시 들러 3시간 5분 만에 태백에 도착했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있다. 과연 고원의 도시답다. 이번에 산행 들머리를 유일사 쪽으로 잡았기 때문에 10시 반 유일산 행 버스를 20분 가량 기다렸다. 시내 버스 시간표는 아래를 참고.
이번 산행 코스는 유일사 매표소 - 유일사 쉼터 - 장군봉 - 문수봉 - 소문수봉-당골이다. 여러 코스 중 제법 긴 코스이다.
30분 정도 걸려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11시 현재 영하 10도이다. 따뜻했던 며칠전 설 날씨와는 전혀 딴 세상이다. 2000원 표를 끊고 이제 산행을 시작한다. 항상 산행 처음에는 몸이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숨이 가쁘고 힘들다. 추운 날씨에 코로 숨을 쉬면 코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난다.
조금 올라가니 길에 눈이 녹지않고 얼어 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완만하게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하얀 입김을 뿜어대며 천천히 올라갔다.
이렇게 잘 다듬이진 길을 한 50분 정도 올라가니 유일사 쉼터가 나오고 유일사가 아래쪽으로 보인다. 내리막길로 한 100미터 내려가면 유일사인데 내려가기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그 이후부터는 돌길이다.
한 10분 정도를 더 올라기니 주목나무 세상이 나타난다. 매서운 풍파를 견디고 서있는 여러 모습의 주목나무들이 여기 저기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다양한 형태의 주목나무를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멋진 전망까지 구경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어느 덧 장군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 쪽으로 또 다른 석단인 천제단이 보인다.
최고봉 능선에 서니 시야가 탁 트여 도시에서 답답하게 움추려있던 내 가슴 또한 탁 트이는 느낌이다.
↓ 정상에서 서남쪽을 바라본 전망. 저 멀리 꼭대기에 눈이 쌓인 곳은 소백산으로 추정된다. 바로 아래에는 공군 사격장이 있어 계속 비행기들이 굉음을 내고 나타났다 뭘 하나 떨어뜨리고 사라진다.
↓ 좌측에 시설있는 곳이 함백산이고, 중앙부분에 멀리 솟아있는 산이 동해 두타산이다. 북쪽 백두대간의 모습이다.
↓ 남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문수봉이다.
잠시 후 태백산 천제단에 도착했다. 시간은 12시 반. 정상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낮은 기온에 바람도 약간 불어 추웠지만 햇볕이 많이 들어 견딜만 했고,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버너에 물을 올려 라면에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지리산 산행 이후 오랜만에 멋진 경치를 보면서 점심을 먹으니 행복한 기분이 마구 몰려온다. 사진도 찍고 주변 전망도 구경하고 하니 시간이 빨리 흘러가 버린다. 서둘러 짐을 챙겨 문수봉 방향으로 출발한 시각은 1시 25분.
문수봉까지는 급경사가 없어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다. 가는 길에도 여기 저기 주목나무들이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활엽수 숲길이 보인다. 빽빽히 들어서서 은빛을 뿜어내는 모습이 자작나무처럼 보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정확한 나무의 명칭은 사스레나무. 자작나무의 일종이며 자작나무보다 껍질이 은백색이 강하고, 더 너덜거린다고 한다. 흰 눈 위에 은백색 나무빛이 잘 어울린다. 잎이 무성한 봄이나 여름에 이 사스레나무 터널 숲길을 지나가는 상상도 해본다.
사스레나무 숲길이 끝나고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숨을 헐떡거리고 땀이 몸에 배일 무렵 이내 바위지대인 문수봉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40분 걸렸다.
↓ 문수봉에서 바라 본 태백산의 모습.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이지만 장엄한 기운도 느껴진다.
↓ 문수봉에서 바라 본 함백산의 모습.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눈이 거의 녹고 없다.
↓봉화 쪽 능선이다. 바로 왼쪽으로 보이는 곳이 봉화 청옥산으로 추정된다.
문수봉을 떠나 조금만 더 가니 소문수봉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고, 문수봉에서 한 1시간 정도 계속 하산길을 타고 내려오니 당골이다.
혼자 산행이라 술한잔하기도 그렇고 해서, 당골에서 3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태백 시내로 향했다.
터미널 가는 도중에 내려 낙동강 발원지 중 하나인 황지에 들렀다.
버스터미널에서 5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돌아왔다. 이번 산행은 눈꽃 구경을 목적으로 해서 갔지만 목적 달성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파아란 하늘 아래 첩첩히 펼쳐진 능선들을 보는 것도 여간 기쁜 게 아니었고. 거디다가 태백산의 정기까지 듬뿍 받았다. 눈꽃 구경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07:00 수원버스터미널 출발
- 10:10 태백터미널 도착
- 10:30 유일사행 버스 탑승
- 11:00 유일사 매표소에서 산행 시작
- 11:50 유일사 쉼터
- 12:30 정상 도착. 사진촬영 및 점심식사
- 13:25 장군봉 떠남
- 14:05 문수봉 도착
- 15:05 당골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