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일곱 번째 캠핑 - 산음자연휴양림 (2013/10/4-6)
가을이 왔다. 겨울 캠핑을 하지 않기에 올해 마지막 캠핑이 될 것이다.
10월 초라고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서 데크가 그나마 덜 추울 것 같아 올해 마지막 캠핑 장소를 휴양림으로 선택했다.
클릭 신공이어야 갈 수 있다는 산음 자연휴양림. 우리가 2박을 할 데크는 218번 데크이다.
밤 9시 넘어서야 산음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같은 경기도지만 위치가 홍천과 가까운 곳으로 수원에서 출발해서 2시간 정도 걸렸다. 애들은 9시 경인데도 차타고 오는 동안 잠이 들었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나름 바닥공사에 신경을 썼는데도 산속 10월 초의 밤은 추웠다. 핫패드의 온기를 안고서 겨우 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잣나무 세상이다.
바로 보이는 데크가 218번이고 그 오른 쪽으로 보이는 곳이 219번 데크이다. 해먹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고 바로 주차가 가능하다. 216번 ~ 222번까지 길과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216번과 217번은 길에서 바로 노출이 되어 있어 별로이고, 218번과 219번이 데크가 조금 작긴 하지만 제일 나아 보인다.
↓ 데크 오른쪽 길건너 있는 샤워장과 개수대
↓ 개수대 옆 화장실 (그리 깨끗하지는 않다)
밤새 물소리를 들려주었던 계곡물.
이름모를 야생화와 파아란 열매.
↓ 빈 잣나무 열매
↓ 계곡 옆 215번 데크에서 바라본 야영장. 가까이서부터 215번, 214번, 213번이다.
↓ 215번 데크 근처 계곡에서 바라본 우리 사이트의 모습
짐이 많거나 애들이 있어 편리한 곳을 원한다면 명당은 1. 218번 2. 219번.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명당은 1. 223번 2. 215번일 것이다. 참고로, 휴양림 사이트에서 가져온 2야영장 배치도는 아래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 애들은 해먹에서 책을 읽겠다고 한다. 아침부터 왠 일? ㅋㅋ
나는 화장실 옆으로 난 잣나무 숲길을 혼자서 걸어본다.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진다.
가족과 같이 산책을 가기로 하고 조금만 걷다가 다시 돌아왔다. 먼 산을 바라보니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아침 산안개가 피어오른다.
카레밥으로 아침을 먹고 과일도 먹고 이제 산책을 갈 차례다. 애들이 또 반발을 한다. 결국 갈 거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
금방 친해진 이웃집 219호 큰 딸과 함께 혼자 다녀왔던 그 잣나무 숲길로 산책을 나선다. 한 30분 숲 길을 걸으면 휴양관 쪽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보이는 치유의 숲. 잣나무 숲 사이에 데크로드를 설치해 놨다. 멋있는 길이지만 짧은 게 흠이다.
산책을 하면서 잣열매를 여러 개 주었다.
아래와 같이 사이사이에 잣이 들어있다. 잣나무 열매를 난생 처음 본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한 열매에서 나온 잣의 양. 껍질을 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누르스름한 잣이 나온다.
산책도 다녀오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엔 막걸리만한 게 없다. 잣나무 숲 속에서 잣나무 열매를 까면서 먹는 잣막걸리. 카~ 일품이다.
옆집 딸래미 3명이 모두 출동하여 우리 데크로 놀러를 왔다. 우리 딸들과 잘 놀아줘서 좋았지만, 저녁 늦게까지 갈 생각을 하지 않아 피곤하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날은 조금씩 어스름해지고 화로대에 숯불을 피웠다. 장작은 불가능하고 산불조심기간인 11월부터는 숯불도 금지라고 한다. 숯불에다 준비해온 밤, 고구마, 닭봉을 구워먹었다. 애들도 잘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9시 조금 넘어 잠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오늘 밤은 어제부터 덜 춥다. 그리 추위를 느끼지 않고 잠을 잘 잤다. 우리 식구 모두 11시간 정도 푹~잤다. 딸들까지 이렇게 푹 잘 수 있는 건 캠핑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캠핑장에선 깜깜해져 밤이 깊어지면 자연스레 잠을 자고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니 참 좋다. 전기 공급이 가능한 곳에서는 밝은 불빛으로 인해 늦게까지 잠을 안자니 전기가 되지 않는 곳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아침밥을 먹고 철수 준비를 한다.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나고 딸들은 비워진 217번 데크에서 해먹놀이를 하고.
나는 고개를 들어 잣나무 숲을 올려다본다. 내년 봄되기 전까지는 숲속에 앉아 이런 호사스러움을 누릴 수 없기에 아쉬움이 크다.
산음 자연휴양림. 잣나무 숲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힐링하기 정말 좋은 곳이다. 경기도 권에서 이만한 곳이 많지 않을 듯하다.
벌써 짙은 잣나무 그늘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