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세 번째 캠핑 - 용하야영장 (13년 7월 12일 - 14일)
장마가 한창인 7월. 후텁지근한 날씨때문에 캠핑이 더 그리운데 비가 계속 오락가락해서 망설여진다. 수도권쪽은 주말 내내 비가 온다고 하고 충청도 지역은 일요일 오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금요일 저녁 차에 짐을 가득 실고 월악산 쪽으로 출발했다. 언제나 한적한 캠핑을 하고 싶어 조용한 캠핑장을 찾다 월악산 용하야영장에 가기로 했다.
깜깜한 밤길에 덕주야영장으로 갈까하는 약간의 유혹도 있었지만 한수면을 지나 덕산면 쪽으로 직진 후 신륵사 쪽으로 길을 접어드니 한적한 산길이 계속된다. 이런 곳에 야영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용하야영장이 보인다. 드넓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다.
짐을 내려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항상 타프치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사이트 (나무판대기로 구획을 만들어놨음)가 있어 넓게 타프를 치기가 쉽지 않고 그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텐트를 다 치고 정리하니 벌써 맘 10시가 넘어가고 첫 째는 피곤했는지 양치도 하지 않고 잠이 들어버렸다.
야영장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게 들리고, 깊은 산골이라 조용하다. 캠핑을 온 사람들도 많지 않다.
안지기와 나도 정리를 마치고 잠깐 쉬다 바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확인한 야영장 풍경은 아래와 같다.
↑ 우리 사이트에서 바라본 윗쪽 모습이다. 텐트가 설치된 곳이 야영장이 맨 윗쪽 끝이다.
↑ 아래 쪽으로 바라본 사이트의 모습이며 화장실, 매점이 보이며 쭉 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 야영장 내로 계곡물을 끌어와 작은 개울을 만들어놨다. 정말 마음에 든다. 간단히 손이나 발을 씻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언제나 조촐한 우리 이동식 집.
조용하고 나무가 많아 마음에 들지만 시설이 좋지 않다. 화장실은 여름이라 그런지 3군데를 운영하고 있지만 2곳은 거품식, 이동식이라 쾌적한 편은 아니며, 매점 쪽에 붙어있는 화장실은 쪼그려 쏴라 불편하다. 난 그럭저럭 괜찮은데 안지기와 애들은 화장실 사용이 불편했다고 한다. 특히, 매점 옆 여자화장실은 3개 사로 중 2개까 고장이라고 한다.
개수대도 매점을 지나 보이는 한 곳 뿐이며 수도꼭지가 4개로 사람이 몰리면 좀 기다려야 한다. 시설 보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딸은 일어나자 마자 해먹 놀이를 시작한다.
먼저 일어났지만 화장실 다녀오느라 해먹을 놓친 작은 딸. 해먹을 못탈까봐 재빨리 달려온다.
아침을 차려먹고 나니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다. 바로 옆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 물놀이를 시작했다. 계곡 상류 쪽이고 윗쪽으로는 민가가 거의 없어 물이 정말 깨끗하다.
여름엔 물놀이가 정답이다. 애들도 계곡물을 보고 신나한다.
하지만 계곡물이 차가워서 오래 놀수가 없다. 애들도 조금 지나니 춥다고 하고.. 바위 위에서 쉬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을 보니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비가 오니 멍하니 않아 있는 것 외엔 할 것이 별로 없다. 큰 딸은 낮잠자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애들을 텐트 속으로 불러들이고 난 후 다 같이 낮잠을 실컷 잤다.
자고 일어나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가기 싫어하는 애들을 억지로 데리고 야영장 윗쪽으로 산책을 나선다. 윗쪽엔 민가도 거의 없고 계곡엔 출입금지 구역이다.
↑ 안지기는 산딸기를 따느라 정신이 없다.
윗쪽으로 올라가니 멋진 계곡이 눈에 들어오고, 깊은 산 속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처음엔 싫어하던 딸들도 산책을 나오니 기분이 좋아졌다며 아빠의 마음을 더더욱 기쁘게 만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날씨는 어둑어둑해지고, 가로등엔 벌써 불이 들어와있다.
캠핑을 오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깊은 밤. 가족과 담소를 나눈 후 잠이 들었다.
밤사이 오락가락하는 비소리와 그 때문에 좀 더 커진 계곡물소리에 잠깐 잠깐 깻지만 푹 잘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잠시 햇살이 비치더니 무거운 구름들이 몰려온다. 아침밥을 먹고나니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텐트 안에서 블루마블 게임을 하고, 낮잠도 실컷 잤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길 계속 기다렸지만 그치 기미기 보이지 않는다. 주변 캠퍼들은 비를 맞으면 철수를 하기 시작하고 우리도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3시 경 철수를 시작했다. 비를 맞으면서 철수를 하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물은 먹을 만큼 먹은 텐트와 타프는 묵직해져 나의 근육을 피곤하게 한다.
정리를 마친 후 출발하여 월악오토캠핑장 근처에 오니 비가 그친다. 용하야영장에도 비가 그쳤을까? 좀 더 기다릴 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지체하다간 월요일이 피곤해질 게 뻔하고... 비맞고 철수하길 잘한 것 같다.
우중캠핑. 낭만적이긴 하지만 설치와 철수할 땐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한적한 용하야영장에서 잠도 실컷자고 한 껏 힐링을 했다. 시설만 좀 더 보완한다면 자주 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