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캠핑

영인산 자연휴양림 - 우리가족 68번 째 캠핑 (2019년 8월 31일 ~ 9월 1일)

해랑&난 아빠 2019. 9. 1. 21:00











올 여름, 경남, 전북, 강원도, 경기북부 등 여러 곳으로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

이번에는 가까운 곳으로 부담없이 다녀오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멀지 않은 영인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으로 선택했다.


막히지 않으면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 그리 막히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아침밥을 먹고 여유롭게 출발을 했는데...아뿔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막힌다.


벌초 기간이란 걸 예상치 못했다. 내로 태어나 벌초를 해 본 기억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아 내 머리 속에 행사로 저장이 되지 않았나보다. 암튼 여름 막바지로 들어선 8월 마지막 주말 도로는 어디선가 쏟아져 나온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스멀스멀 가다 서다를 한 참 동안 반복하다보니 브레이크를 밝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결국 2시간 넘게 걸려 야영장에 도착했다. 무거운 짐을 수레로 나르고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피곤함은 계속된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래며 휴식 시간을 가진다. 그제서야 끝을 모르고 치솟던 스트레스 지수가 조금씩 떨어지는 듯 하고, 여유로운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처제 식구들과 함께 하는 캠핑이라 두 데크를 예약했다.

야영장에는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이 제법 있어 간단한 실타프를 치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만끽하려는 듯 늦여름 산 속에는 모기들이 왕성히 활동을 하고 있어 모기장도 설치를 했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는 내가 이 많은 짐을 차에 때려 넣고 뭐하러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었는데, 푸릇푸릇한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키고, 가족들과 맥주 한 잔 하면서 한창 수다를 떨고 나니 캠핑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마음이란 게 정말 변덕스럽고 간사하다.


캠핑장에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에 시간이 벌써 오후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작년 10월 이 곳에 방문을 했을 때 일몰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같이 일몰을 보러 산책을 가자고 제안한다. 다들 흔쾌히 제안에 응한다.


 

 








작년에는 산림 박물관을 거쳐 영인산 정상에서 일몰을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 쪽 상투봉에서 해넘이를 구경하기로 한다.  잔디 광장을 거쳐 상투봉을 오르는 길은 짧지만, 마지막 계단이 제법 경사가 있는 편이다.












임팩트 있는 계단길을 올라서면 그 수고스러움을 보상해 주는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서쪽 하늘에는 아름다운 색채가 그려지고 있었다.











건너편 영인산 정상이 눈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고, 멀리 곡교천이 햇빛을 받아 은빛 색감을 자랑하고, 아산 시내도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눈맛 시원한 풍경이다.












전망은 이 곳 상투봉보다는 서해로 이어지는 넓은 아산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인산 정상 쪽이 더 나은 듯 하다. 게다가 서쪽으로 구름이 끼어있어 예상했던 환상적인 낙조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 곳에서 우리는 사진도 찍고 서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일몰을 한 참동안 바라 보았다.











 



상투봉을 내려서자 잘 꾸며진 습지 공원과 잔디 광장이 우리를 반긴다.

애들은 그 곳에서 신나게 뛰어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

이렇게 숲 속에서,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뛰어놀 기회가 많지 않다.

도시 생활의 답답함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자연이 주는 이로움을 많이 받아들이라고 캠핑을 나서는데...

이런 아빠의 마음을 모르는지 애들이 커 갈수록 캠핑 가자는 말에 선뜻 동의하는 경우가 드물다.










거의 70번의 가족 캠핑을 해왔지만, 생각해 보면 참 수고스러운 게 캠핑이다.

빼먹은 살림살이가 없는지 꼼꼼히 챙기고, 그 짐들을 차에까지 나르고, 좁은 트렁크 공간에 테트리스 신공으로 겨우 구겨넣고.

그렇게 차에 짐을 다 실고 나서는 교통 지옥 속으로 들어가 답답함을 느끼고, 도착해서는 다시 짐을 나르고 살림살이는 펼치고.

그렇게 정리하고선 12시간 채 머무르지도 못한 채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역순으로 다시 해야하는 주말 캠퍼의 현실.

배낭을 메고 홀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것이 덜 수고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태까지 70번 정도나 캠핑을 할 수 있었던 건

집을 벗어나 밖에서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애들이 즐거워하며 짓는 미소,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도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큰 딸이 중2가 되는 내년에는 올해만큼 자주 캠핑을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캠핑을 가더라도 2박 이상은 어렵고, 멀지 않은 곳에서 짧게 다녀올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 제약적인 조건 속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만족스러운 캠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