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캠핑

우리 가족 첫 캠핑 - 월악산 덕주야영장 (2013년 5월 11~12일)

해랑&난 아빠 2013. 5. 12. 01:51

 

"아빠, 휴양림보다 텐트에서 자는 게 더 좋아".

 

큰 딸 해랑이의 말을 듣고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힌 듯 머리가 띵~.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우리집 여행 특성을 감안하면 해랑이의 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작년 여름 휴가 때 서울 난지도 캠핑장에서 1박2일을 보냈는데 해랑이는 그게 기억에 많이 남나보다.

 

그래서 캠핑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장비를 구입하고 (이전 블로그 참조) 첫 캠핑장소를 결정할 차례가 되었다.

어디로 정할까 고심하다 깔끔하고 비교적 편한 캠핑장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을 택하고 싶었다.

숲속에서 새소리나 물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뜰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문득 생각난 곳은 월악산 송계계곡이었다. 작년 여름 느즈막에 월악산 산행을 마치고 충주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송계계곡. 깨끗하고 자연미 넘치는 그 계곡 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거기 근처에 야영장이 있다면 내가 찾던 장소가 분명할거야. 라고 생각하며 근처 야영장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근처에 무려 3개의 야영장이 있었다. 송계오토야영장, 닷돈재야영장, 덕주야영장. 여러 블로그를 읽어보니 제일 한적하고 손때 묻지않은 닷돈재야영장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최근 공사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맛이 많이 떨어졌고, 우리가 가는 그 주말에도 공사를 한다고 했다. 물소리, 새소리 대신 포크레인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뜨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덕주야양장. 작년엔 몰랐었는데 그 때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건너편이 바로 덕주야영장이었다.

 

5월 11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테트리스 신공을 발휘하여 회사차 스파크에 짐을 싣고 (기름값이 공짜라서) 월악산으로 출발했다. 날짜를 5월 11일로 정한 까닭은 붐비지 않길 바래서였다. 전 주 어린이날과 다음주 석가탄신일 3일 연휴 사이에 끼어 사람들이 제일 적게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붐비지 않고 좋았다.

 

덕주 야영장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곡을 중심으로 2군데가 있다. 안쪽은 구름다리를 건너 짐을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소리가 나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바깥쪽은 반대라고 보면 된다. 조용한 캠핑을 원하는 우리는 당연히 안쪽을 선택했고, 텐트를 친 위치는 아래 그림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다. 화장실과 개수대가 가까운 명당자리이다.

 

 

 

야영장을 가기위해 건너야하는 구름다리.

 

이 다리를 건너면 넓은 소나무밭 사이로 나무판으로 구획을 나누어놨다. 그 간격이 너무 좁다. 우리가 간 그날은 사람이 적어 괜찮았지만 성수기 땐 피난민촌을 연상하게 할 만큼 붐빌게 뻔하다. 하지만 성수기가 아닌 지금은 한적해서 좋았고, 여기저기 우거진 소나무 숲이 맘에 들었다.

 

 아래는 화장실 쪽에서 바라본 야영장의 모습

 

 

그리고 송계계곡의 깨긋한 물이 야영장을 끼고 흐른다.

 

텐트를 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지기와 같이 했기에. 그리고 텐트를 받자마자 집에서 시험삼아 설치를 해보았기 때문에 헤깔리지 않았다.

완성되고 난 후의 우리집 모습. 숲이 우거져 있어 타프가 필요치 않을 정도였다. 물론 햇빛이 강렬한 여름엔 다르겠지만.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옆으론 계곡 물소리가 들리고...마음 속엔 여유로 가득찬 이 순간. 너무 좋다. 이것이 우리가 캠핑을 시작한 그 이유일 것이다.

 

↓ 간단한 우리 캠핑살림 모습

 

애들도 정말 좋아한다. 처음으로 경험한 해먹. 그 위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는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가지고 온 식재료로 점심을 만들어 먹고...이젠 졸릴 시간이다.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잠을 푹 자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들은 낮잠 잘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해먹에서 겨우 떨어진 애들은 이제 계곡에서 놀고 싶다고 한다. 뭐가 어렵겠나. 실컷 놀아야지.

 

 

물놀이를 하고 나서 덕주사 역사 탐방을 가기로 했다. 애들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유혹해서 같이 길을 나섰다.

5월 초 날씨치곤 상당히 더워 덕주사로 가는 길에 몸은 무겁고 지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덕주산성과 덕주루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도착한 덕주사. 다음 주가 석가탄신일이라 연등이 멋지게 걸려있다.

 

 

 덕주사에서 제일 멋진 곳은 바로 이곳. 산신각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연을 거스러지 않는 이 아름다움. 전형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이다.

 

↓ 덕주사 앞으로 펼쳐진 산세. 평범하지 않다. 좌우로 둘러봐도 멋진 풍광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절 구경을 다하고 하산하는 길에 월악산장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작년 월악산 하산시 그냥 지나쳤던 그곳을 가족과 함께 가게 됐다.

덥고 힘들어 배터리가 바닥이 된 느낌이었는데, 동동주 한 잔이 내 몸 속으로 들어가니 100년 묵은 산삼을 먹은 것처럼 지친 기운이 싹- 가신다.

 

 

 

안지기와 둘이서 다 마실 수 없을 것 같아 가져갈 수 있냐고 가게에 물어봤었는데, 어느새 동동주 그릇이 동이 났다. 기분은 몽롱하고 아~ 좋다.

 

이제 어둑어둑 해가 진다.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준비해 간 숯불에 불을 붙였다. 삽겹살을 구워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잠자리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자는 사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얘기하는 소리, 계속 물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많이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5월 초인데도 바닥에서 냉기가 약간 올라왔다. 해바라기 매트 하나에 침낭을 덮고 잤는데, 바닥공사에 보강이 필요할 듯 하다.

 

다음 날 아침에 밥을 먹고, 해먹놀이 & 계곡에서 놀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는 길에 닷돈재 야영장을 방문했다.

예상대로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야영지도 공사의 흔적으로 자연스러운 맛이 많이 사라진 듯 했다. 덕주야영장이 더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렇게 우리의 첫 캠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엔 2박 3일을 추진해봐야겠다.